양건 감사원장의 사퇴가 박근혜 정부에 큰 부담을 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긍정적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국민 신뢰를 받는 적임자를 찾아낸다면, 매 정권마다 반복돼온 감사원장 교체 파동과 감사원의 독립성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양 전 원장이 감사원의 지난 정권 감사에 소극적이라는 얘기가 파다했고, 4대강 감사 결과가 과거 다르고 지금 달랐다는 점에서 스스로 논란을 초래한 측면도 있다. 따라서 차기 감사원장은 정권 창출에 역할을 하거나 특정 정파에 속한 '박근혜의 사람'이 아닌 '국민의 사람'이어야 한다.
아울러 감사원장 인사를 계기로 지지부진한 공공기관장 인사에 속도를 내야 한다. 새 정부가 들어선 지 벌써 6개월이 지나고 있는데도, 금융공기업 등 많은 공공기관들이 수장의 공석으로 중요 결정을 미루고 쇄신 노력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사장이나 이사장이 사퇴한 지 서너 달이 넘는 공공기관은 한국서부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국거래소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이고, 코레일 국립공원관리공단 보험개발원 신용보증기금 등은 1~2개월 공석 상태다. 또한 손해보험협회처럼 정부 영향을 받는 민간단체들도 새로 회장을 뽑지 않고 대행체제를 꾸리고 있어 '대행 전성시대'라는 비아냥마저 나오고 있다.
이들 공공기관장의 후임 인선을 위한 3배수 추천이 마무리됐고 재산, 납세, 전과, 병역은 물론 위장전입 여부, 논문 표절까지 검증이 이루어져 박근혜 대통령에 이미 보고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몇 달씩 인선이 미루어지는 데는 몇몇 장관들이 낙마한 데 따른 현 정부의 인사 트라우마가 작용, 최종 낙점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중함을 탓할 것은 아니지만, 너무 주저하다가 때를 놓치는 것은 우려할 대목이다. 임기 5년의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초반 1~2년임을 감안하면, 더 이상 공공기관장 인사를 미뤄서는 안 된다. 모든 인사를 박 대통령이 다 챙길 수는 없다. 확실한 기준을 세우고 신뢰할 수 있는 인사ㆍ검증팀을 마련, 시스템 인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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