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6일 또 다시 방북 의사를 밝혔다. '적절한 기회'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남북관계가 대결에서 대화모드로 전환되는 국면인 만큼 반 총장의 방북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휴가 차 방한 중인 반 총장은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북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남북관계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선은 관계 당사자들끼리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측면에서 정치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사무총장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적절한 기회를 봐서 북한 당국, 또 한국 정부와 협의를 해 가면서 방북 문제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 총장은 이와 관련, 신선호 주유엔 북한대사와의 협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신 대사와 그전에 가끔 만나 남북관계 개선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남북관계 개선의 중요성에 대한 유엔 사무총장의 입장을 전달하고 협의해온 바 있다"면서 "앞으로 기회가 되는대로 과거와 같은 협의를 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 총장은 다만 방북 시기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 총장은 일본의 우경화 경향에 대해 이례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일본의 평화헌법 수정 움직임에 대한 유엔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앞으로 역사를 어떻게 인식해야 선린 국가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일본의 정치 지도자들은 깊은 성찰과 국제적인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사 문제 등을 둘러싼 한중일 동북아 3국간 갈등에 대해 "정치 지도자들이 허심탄회하게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면서 "동북아와 아시아, 세계 공존공영을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좀더 넓은 시각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 총장은 임기를 마치는 2016년 이후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묻자 "대변인에게 물어보라"며 자리를 피했다. 그는 5박 6일간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27일 출국한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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