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분기 무렵부터 정부의 예산이 투입되는 각종 사업이 속속 중단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3조~4조원 규모의 자금부족으로 정부가 재정지출을 중단하는 '재정절벽' 사태가 발생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경제 활력도 크게 둔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25일 "올해 6월까지의 국세청 실적(세수 진도율 46.2%ㆍ97조2,000억원)을 분석한 결과, 연말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0조원 가량 부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6월까지 걷힌 국세는 97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7조3,000억원)보다 이미 10조원이나 부족하다. 최 의원 "국세청이 하반기에 강도 높은 징세 노력을 펼치더라도, 연말 세수 부족액이 최대 14조에서 최소 8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도 "세수 부족 사태로 하반기에는 재정여건 악화가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의 법인세 납부여력 감소,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관세 수입 감소로 하반기에도 세수 부족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10조원 안팎의 세수 부족은 결국 3조원 안팎의 재정지출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세수 부족에 대응하려면 ▦나라 빚을 더 얻거나(추가경정예산 편성) ▦씀씀이를 줄여야(재정사업 축소) 하는데, 추경을 추진할 수 없다면 사업 축소만이 대안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이 올해 초 '1차 추경'을 편성하면서 "2차 추경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한 게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세수 부족이 발생해도, 재정지출 축소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석준 차관은 "올해 세수사정이 좋지 않지만 '재정절벽'이라는 표현은 분명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곽범국 국고국장도 "기금 집행을 늘리거나, 예산이 배정되고도 집행되지 않은 세출불용액(歲出不用額)을 이용하면 세수 부족에 대응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세수부족 규모는 5조원을 넘지 못한다는 점을 근거로 '재정절벽'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상반기에 경기 진작을 위해 2조원을 기금에서 당겨썼다"며 "기금에서 추가로 자금을 융통해 낼 여력은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매년 발생하는 세출불용액 규모(4조~5조원)와 잉여금 등을 감안하면, 세수부족이 5조원을 넘어서면 재정 사업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설사 국세청의 강력한 징세 노력이 성과를 거둬 연말 세수 부족액이 8조원에 머물더라도 최소 3조원 가량의 재정사업 축소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와 관련, 최재성 의원실 관계자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세수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 각 부처마다 재정사업 규모를 표나지 않게 줄이기 위한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저성장 기조 고착과 지난 정부의 감세 정책에서 초래된 재정의 '만성적 적자상태'를 정상 궤도로 올려놓기 위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경제가 1% 성장하면 세수가 2조원 늘어난다는 게 과거의 '경험칙'이었으나, 그 상관관계가 크게 낮아지고 있다"며 "저성장ㆍ개방화 시대에 대응한 장기 관점의 조세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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