꽉 막힌 여야의 대치 정국을 푸는 키를 쥔 곳이 청와대라는 여론이 높지만, 청와대의 공기는 싸늘하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23일 야당에게 "금도를 지켜주기 바란다"고 짤막하게 내놓은 언급이 최근 정국을 대하는 청와대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야당이 무리한 요구를 하는데다, 넘지 말아야 할 선, 즉 정권 정통성에 대한 훼손까지 감행하고 있다는 불만이 가득하다. 특히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야당 의원들이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서 3ㆍ15 부정선거를 언급한 것이 청와대의 심기를 단단히 건드렸다.
청와대가 3자 회동에 뒷걸음질치는 데는 이런 정서적 배경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없지만, "대통령을 그렇게 하지 못할 말로 비판하는데, 마주 앉아서 무슨 얘기를 할 수 있겠냐"는 식의 냉담한 정서가 지배적인 분위기다.
감정이 풀린다고 해소될 사안도 아니다. 대치 정국을 푸는 여야의 정치적 계산법이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대통령 사과와 남재준 국정원장 해임 등 민주당의 요구사항에 대해 청와대는 "터무니 없다"는 반응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야당의 요구가) 어지간해야지"라며 부정적 기류의 일단을 드러냈다. 3자 회동을 해봐야 청와대가 야당에 줄 수 있는 '당근'이 아무 것도 없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것은 현 정국에 대한 인식 차가 너무 큰 데도 기인하고 있다. 야당이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을 기정사실화하는 반면, 청와대는 야당의 공세가 대선 불복 심리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여야가 대화에 나서더라도 이 인식의 간격을 좁히는 데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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