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81) 전 대통령의 동생ㆍ사돈이 노씨의 미납추징금 230억여원을 대납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보도된 데 대해 사돈 측이 "합의한 적 없다"고 반발, 추징금 환수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노 전 대통령의 전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 측은 25일 "법적으로 추징금을 대납할 의무가 없는데도 노 전 대통령과 노씨의 동생 재우씨 측이 3자 합의 운운하며 마치 우리와 합의한 것처럼 언론 플레이를 하는데 불쾌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이 신 전 회장에게 당초 예정대로 80억여원을 국가에 헌납할 것을 23일 건의했다"고 말했다. 신 전 회장은 현재 미국에서 항암치료 중이며 "시간을 좀 더 가진 후 다시 (가족들과) 통화하자"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재우씨 측은 미납금 230억4,300만원 가운데 신씨가 80억4,300만원을, 재우씨가 150억원을 대납하기로 합의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대통령 재임 당시 재우씨와 신 전 회장에게 맡긴 비자금 424억원을 찾아 미납추징금을 내겠다며 지난해 6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진정서를 제출했었다.
대법원은 2001년 검찰이 제기한 노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과 관련한 추심금 청구소송에서 신 전 회장에게 230억원, 재우씨에게 120억원을 각각 납부하도록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10년간 신 전 회장에게서 돈이 추심되지 못했고, 2011년 채권 추심시효가 만료돼 신 전 회장 측은 미납금을 납부할 법적 의무가 없다.
신 전 회장 측은 "1991년 노 전 대통령이 230억원을 맡겼지만 50억원은 이미 갚았다"며 "추징금도 현재 납부해야 할 의무가 없어졌지만 국가에 마음의 빚을 느껴 80억 원을 헌납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신 전 회장 측은 "국가가 지정하는 곳에 쓰도록 기부금을 내놓을 것"이라며 "추석 전에 계획을 발표하고 법무부에 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신 전 회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이 압류된 것 외에 스스로 낸 추징금이 거의 한 푼도 없으면서, 부담을 떠넘기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추징금 환수를 압박할 목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추징금 완납을 압박하는 상황이어서 추징금 대납합의가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