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후 우리나라는 원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설비인 '수소제거장치(PAR)'를 대거 설치했다. 국내 원전 26기 가운데 18기에 PAR을 장치했다.
PAR은 폭발이 일어날 정도로 수소 농도가 높아지기 전에 수소를 붙잡아 물로 바꿔주는 장치다. 한 격납건물 안에 보통 20여 개가 설치된다. 실제로 수소폭발이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PAR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국내 원전에 설치된 PAR 가운데 11기에는 국산제품이 들어갔는데, 원전 부품 검증업체인 새한티이피가 이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내진시험 데이터 일부를 수정하고 냉각재 상실사고(LOCA) 시험 때 붕산수 대신 일반수를 사용하는 등의 편법을 썼다. 원전은 냉각재가 수증기 형태로 빠져 나와 격납건물 내부 압력을 높이면 붕산수가 쏟아져 압력을 낮추도록 설계돼 있다. 때문에 PAR은 붕산수가 쏟아져도 작동하는지 시험을 거쳐 기기검증서를 받아야 하지만, 새한티이피는 붕산수 대신 그냥 물로 엉터리 시험을 했다.
원전의 원자로에는 핵반응으로 발생한 열을 식히기 위해 항상 물(냉각재)이 들어 있어야 한다. 냉각재가 없어지면 핵반응으로 생긴 열이 핵연료를 비롯한 원자로 내부 구조물들을 녹여버린다. 이때 구조물의 특정 성분이 수증기와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켜 수소를 발생시키고, 수소 농도가 점점 높아지면 산소와 갑자기 결합해 대규모 수소폭발이 일어나 원자로를 보호하는 격납건물이 손상되면서 방사능이 유출되는 LOCA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지난 23일 새한티이피가 기기검증서를 위조했던 PAR을 재시험한 결과 다행히 성능에는 문제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안위는 "비리와 무관한 검증업체 중 하나인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전문가가 지켜보는 가운데 6월 20일부터 한달 여간 시험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원안위 관계자는 "재시험 결과 성능에 문제없음이 확인했으니 11기에 설치된 PAR은 그대로 사용되고, 나머지 7기의 PAR은 외국제품이니 재시험이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원안위는 아직 PAR이 없는 원전들(고리 2, 한빛 1ㆍ4ㆍ5, 월성 2ㆍ3, 한울 1, 신고리 4호기)에도 차례로 PAR을 설치할 계획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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