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ㆍ도교육청이 청소년수련원의 교관을 뽑을 때 전역 대위∙대령 등 군(軍) 경력을 자격요건으로 내걸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7월 사설 해병대캠프 참가 학생 5명이 사망한 사고가 일어나는 등 병영체험류 수련회의 문제가 지적돼 왔는데도 지도사로 군 출신을 우대해 폐해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북도교육청이 지난 3월 낸 학생수련지도사(지방별정직공무원 6급) 임용 공고에 따르면 자격요건을 '대학생 일반군사교육요원 경력소지자로서 전역 대위 또는 중위인 자', '비상대비업무담당 경력이 3년 이상인 자로서 전역 대위 또는 중위인 자'라고 명시하고 있다. 3년 이상 교사경력자, 관련분야 실무경력이 있는 일반직 7급 이상 공무원 등도 자격요건에 포함돼 있지만, 군 장교 출신에게 따로 청소년 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 학생수련지도사는 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전북학생교육원에서 학생 수련활동 지도를 맡는다.
부산시교육청이 운영하는 부산학생교육원에서도 '대학생 일반군사교육요원 경력소지자로서 전역 중령 또는 소령인 자'라는 자격요건에 따라 2011년까지 군인 출신이 학생수련지도관(5급)이 맡았었다. 대학 학생군사훈련단(ROTC) 교관 출신인 퇴직 군인을 우대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는 경력 10년이 넘은 교사 출신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학생수련원 내부에서조차 청소년들에게 극기나 체력단련, 리더십 등을 고취시키는 데에 군대문화를 이식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한 학생수련지도관은 "수련회에서는 단체를 인솔해야 하고, 교육내용 중 극기훈련이나 정신교육이 포함돼 있어 학군단 장교 경력이 없는 것보다는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들 교육원의 수련 프로그램에는 담벽 오르기, 타이어 옮기기, 외줄타기 등 극기체험이 들어있다.
이에 대해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은 "청소년 수련 활동은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수련활동 담당자에 군 장교 출신을 선출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전문가로 인증하는 청소년지도사 등이나 교사 경력 등 관련 활동 경력을 보고 채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소장은 "병영 캠프의 실상은 공동체 형성이 아닌 강압의 문화를 조장하고, 학생들을 관리와 통제ㆍ복종의 대상으로 치부하는 것"이라며 "학생을 대상으로 한 병영 캠프류의 프로그램은 모두 퇴출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교육원에서 애국심 고취를 목표로 안보 교육을 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이용석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맹목적으로 국가에 대한 사랑을 요구하거나 군대식 훈련을 통해 안보교육을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안보의 내용을 학생들이 고민하도록 해야 한다"며 "심신단련의 측면에서도 육체를 극한에 몰아붙이는 군대식 훈련보다는 학교 생활체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을 뽑는데 군 경력을 보겠다는 건 군대문화의 잔재라는 지적이 내부에서도 꾸준히 있어 관련 규정을 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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