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와 반군이 상대방을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로 지목하며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국제사회는 화학무기 공격을 묵인할 수 없다면서 배후 세력 응징을 위한 군사 개입 의지 가능성을 비치고 있다.
시리아 정부는 24일(현지시간) 화학무기 공격을 반군 소행이라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의 개입은) 시리아뿐 아니라 중동 전체를 불태우는 불덩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므란 알 조흐비 시리아 공보장관은 이날 아랍권 위성방송 알 마야딘TV에 출연해 "화학무기를 실은 로켓이 반군 쪽에서 발사돼 민간인 지역에 떨어진 만큼 이번 사건은 반군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시리아 국영방송은 이날 다마스쿠스 외곽의 반군이 사용하는 터널에서 화학물질을 발견했으며 현장 조사에 나선 정부군 여러 명이 질식했다고 보도했다. 관영 뉴스통신사인 사나도 소식통을 인용,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조바르 지역을 정부군이 포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반군은 정부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추가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서방과 아랍권이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은 반군연합체인 시리아국민연합(SNC)이 화학무기 공격이 정부 소행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희생자의 몸에서 채취한 사료를 해외 연구소에 맡겨 검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SNC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만이 화학무기를 생산, 비축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국제사회는 이미 알고 있다"며 "국제사회는 말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고 호소했다.
영국과 프랑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화학무기 공격의 배후로 시리아 정부를 지목했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서안지구를 방문해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이 사실이면 국제사회가 무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BBC 인터뷰에서 "알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믿는다"며 "무고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조치라면 어떤 것이라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정적 증거가 없다"며 개입을 주저하던 미국의 정보 당국은 시리아 정부군이 알 아사드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외교안보정책 참모들과 시리아 사태를 논의한 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40분간 전화 통화하며 공동 대응책을 모색했다. 척 헤이글 미국 국방장관은 전날 말레이시아로 향하는 군용기 안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하든 미군은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CNN방송에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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