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인권을 주제로 한 미국 최고의 명연설로 꼽히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워싱턴 링컨기념관 연설을 기념하는 평화대행진이 24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렸다. 첫 흑인 대통령 탄생 등 많은 변화 속에도 소수인종 편견과 같이 미국 사회에 여전한 부조리를 타파하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평화대행진은 24일(현지시간) 오전 링컨기념관에서 워싱턴 모뉴먼트에 이르는 광장에서 수만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1963년 8월 28일 킹 목사 연설 당시 그를 도와 행사에 참여했던 조셉 라우어리 목사(91)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킹 목사 연설 첫 마디를 인용해 "50년 후 이런 행사가 또 열릴지 꿈에도 몰랐습니다"라고 연설을 시작해 호응을 받았다.
흑인인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흑인선거권 보장을 위해 1964년 제정된 투표권법이 올해 6월 미국 대법원에서 일부 위헌결정을 받은 점을 지적했다. 그는 "모든 미국인이 정당한 투표권을 행사할 때까지 계속 투쟁해야 한다"고 연설했다. 미 대법원은 6월 선거법 개정 당시 연방정부 승인을 받아야 하는 주 정부 선정 기준을 정한 4조가 헌법 위배라고 결정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인권단체들은 일부 주 정부가 이를 악용해 소수인종 차별 선거제도를 도입할 여지가 커졌다며 대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행사 참가자들은 비무장 상태인 흑인 소년 트레이번 마틴을 총격 살해한 백인 자경단원 조지 짐머먼의 무죄 평결 근거인 정당방위법도 강하게 규탄했다.
미국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는 킹 목사가 연설한 지 정확히 50주년이 되는 28일 링컨기념관 대리석 계단에서 소수인종의 인권을 주제로 연설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 등과 더불어 미국 역사상 최고로 꼽히는 킹 목사 연설의 감동을 오바마가 되살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최근 지지도 하락으로 고민하는 오바마에겐 좋은 정치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킹 목사는 당시 연설을 통해 흑인 시민의 투표인단 등록 캠페인을 펼쳐 현재의 투표권법과 같은 민권법이 제정되는데 기여해 196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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