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기 전에 어린 시절을 되새기며 정리하고 싶었어요. 동요는 누구나 잠깐이라도 순수한 마음을 갖게 해주는 마력이 있잖아요. 막 돌을 넘긴 아기도 너무 좋아해요."
한국 재즈 가수 중 독일의 명문 재즈ㆍ클래식 음반 레이블 ECM에서 처음 앨범을 낸 신예원(32)씨는 25일 자신의 딸 루아에게 푹 빠져 있다고 했다. 그의 새 앨범 '루아야'의 주인공인 아기는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손녀이기도 하다. 신씨가 임신 중 녹음한 이 앨범에는 재즈로 재해석한 한국 동요의 아름다운 선율이 담겨 있다.
"음반 프로듀서인 남편(정명훈의 둘째 아들 정선)이 미국 보스턴 미캐닉스홀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애론 팍스의 앨범을 녹음할 때 따라갔다가 목소리 테스트 한 게 계기가 됐어요. 그때 부른 노래가 '섬집아기'였죠. 임신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는 건 뒤늦게 알았어요. 아기가 영감을 줬나 봐요."
ECM의 창립자이자 프로듀서인 만프레드 아이허는 뮌헨의 녹음 스튜디오를 찾은 정선씨로부터 당시 음원을 전해 듣고 앨범 발매를 결정했다. 정씨도 곧바로 ECM의 정식 프로듀서로 영입했다. 정씨의 아버지 정명훈은 생애 첫 피아노 솔로 앨범을 ECM에서 11월 발매할 예정이다.
신씨는 앨범 '루아야'에 자작곡과 동요 '오빠생각', '과수원길', '구슬비' 등 13곡을 담았다. 국내 최초 라틴 그래미상 후보작이었던 전작 '예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그는 "지난 앨범은 고치고 또 고치면서 편곡을 굉장히 많이 했는데 이번엔 최대한 자유로운 마음으로 나 자신에 충실한 앨범을 만들려고 했다"며 "임신 중에 녹음해서인지 아기가 따라서 흥얼거린다"고 했다.
2002년 앨범 '러블리'로 데뷔한 신씨는 윤상 이승환 김진표 등의 앨범에 참여한 뒤 미국 뉴욕으로 건너 가 재즈 보컬을 공부했다. 2008년 결혼한 정씨와 아이를 키우며 뮌헨에서 살고 있다. 신씨는 시아버지 정명훈 예술감독에 대해 묻자 "깊이 있는 인생관, 따뜻하고 진실한 마음씨를 가진 음악인"이라며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분을 바로 옆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커다란 행운"이라고 했다.
앨범 발매를 기해 귀국한 신씨는 당분간 국내에 머물 예정이다. 남편이 기획한 ECM페스티벌에도 참여한다. 다음달 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기타리스트 랄프 타우너의 오프닝 공연을 맡았다. 이번 축제엔 정명훈 예술감독도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 오보이스트 하인츠 홀리거와 함께 지휘자로 무대에 오른다. 신씨는 "ECM의 좋은 음악이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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