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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Talk] '주파수 경매 전쟁' 후반전… 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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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톡. Talk] '주파수 경매 전쟁' 후반전… 누가 웃을까

입력
2013.08.2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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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부터 시작된 주파수 경매는 올해 이동통신업계 최대 전쟁터입니다. 총 50회중 29회까지 입찰이 실시돼 이제 절반을 넘어 섰는데 아주 흥미진진한 기류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SK텔레콤-LG유플러스에 KT가 말려들어가는 형국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싸움을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복잡하고 난해하기 짝이 없는 경매방식을 알아야 합니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공정을 기한다는 취지에서 난수표 같은 경매방식을 만들었는데, 결과적으로 단순 명료해야 할 경매를 돈과 머리와 배짱이 필요한 포커판으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번 경매대상 주파수는 ▦2.6㎓ 2개 ▦1.8㎓ 2개 등 총 4개 입니다. 각각 A, B, C, D블록으로 이름을 붙였죠. 미래부는 2가지 방식으로 경매를 진행하는데, 1안은 2.6㎓ 2개(A,B 블록)와 1.8㎓ 1개(C블록) 등 3개 주파수만 팝니다. 2안은 또 하나의 1.8㎓(D블록)까지 포함한 4개 주파수 블록을 파는 것이지요. 이동통신 3사는 매일 몇 차례씩 실시하는 입찰에서 1, 2안 양쪽을 오가며 원하는 블록에 입찰할 수 있는 데, 두 안 가운데 입찰가 합이 높은 쪽에서 최종승자를 가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번 주파수 경매의 핵심은 D블록으로 명명된 1.8㎓입니다. 현재 KT가 갖고 있는 1.8㎓주파수 대역과 인접해 있어서, 오로지 KT에게만 쓸모 있는 주파수이기도 합니다. KT는 D블록을 확보해 기존 1.8㎓대역과 연결, 고속도로 확장공사를 하듯 보다 넓은 주파수 대역을 만들어 초고속의 '광대역 LTE'서비스를 한다는 계획입니다. 그만큼 KT의 서비스경쟁력은 높아지겠지요.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에게 D블록은 쓸 곳이 없는 주파수입니다. 그렇다고 D블록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습니다. 어차피 KT에게 돌아갈 주파수이지만, 최대한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것이 양 사의 전략이지요. 이것이 바로 이번 주파수경매의 핵심 관전포인트이자, 치열한 두뇌싸움이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사실 누가 무슨 주파수를 가져갈 지는 처음부터 뻔했습니다. D블록은 KT 몫이고, LG유플러스는 1.8㎓ 주파수를 갖지 못한 유일한 업체라는 이유로 단독입찰이 가능한 C블록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2.6㎓ 2개가 남는데, A블록은 와이파이용 2.4㎓ 주파수와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SK텔레콤은 B블록으로 정해질 공산이 큽니다. 어차피 주파수의 주인이 대략 예측가능한 상태에서, 결국 싸움은 금액으로 귀결됩니다. 자신은 최대한 적게 내고 가져가고, 상대방은 최대한 많이 내고 가져가게 하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이 진행되는 것입니다.

지난 월요일(19일)부터 시작된 경매에서 사흘째까지 서로 탐색전만 벌였습니다. 가격도 별로 오르지 않았죠. 그런데 22일 아침경매부터 갑자기 1안 가격이 뛰었습니다. 1안은 A B C블록이 포함됐기 때문에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만 입찰에 참여했는데, 어떤 업체가 3개 블록 중 1개 블록 가격을 확 높인 것입니다.

그러자 D블록이 포함된 2안 가격도 따라 뛰었습니다. 만약 1안이 최종 낙찰되면, KT는 D블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1안보다 2안 값이 높아야 합니다. 따라서 1안 가격이 급상승하자 위기감을 느낀 KT가 2안 가격을 높이 써낸 것으로 보입니다.

압권은 그 다음입니다. 급상승하던 1안 가격이 갑자기 뚝 떨어졌습니다. 가격을 끌어 올린 업체가 낮은 가격의 블록으로 갈아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D블록 가격만 높아졌고, 앞으로 20여회 이상 입찰을 더 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원치 않게 가격이 올랐으니 KT만 부담이 커지게 된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2안의 입찰가격이 25일 현재 2조434억원까지 오른 만큼, KT가 D블록을 가지려면 최소 1조~1조5,000억 원 이상 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초 D블록 적정가격은 7,000억원 전후로 평가됐습니다. KT로선 1조원 가까이 돈을 더 줘야 하니,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을 겁니다. 업계는 가격을 올렸다가 빠지는 방식으로 KT에 치명타를 안겨준 것이 경쟁사의 치밀한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지만, KT로선 눈뜨고 당한 셈이지요.

하지만 이제 겨우 절반 지났을 뿐입니다. KT에게도 회심의 카운터펀치가 있을 테고, 어떤 반전이 벌어질 지 모를 일입니다. 졸지에 중대한 주파수 경매가 흥미진진한 게임이 된 것은 특이한 규칙을 만든 정부 때문이기도 합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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