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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애비뉴Q' 발칙한 인형들, 엿같은 세상에 '돌직구' 아픈 청춘엔 '응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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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애비뉴Q' 발칙한 인형들, 엿같은 세상에 '돌직구' 아픈 청춘엔 '응원가'

입력
2013.08.2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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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TV 어린이 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빅 버드를 떠올리게 하는 귀여운 퍼펫(인형극용 꼭두각시 인형)들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욕을 내뱉고 포르노 타령을 한다. 야릇하고 생동감 넘치는 베드신도 나눈다. 뜨끔한 마음에 관객들은 이내 객석을 돌아보고 아이들이 혹시 없나 살펴볼지 모른다. 다행히 관람가 연령이 만 15세(권장 만 18세)이상이다.

털북숭이 인형들을 앞세운 브로드웨이 뮤지컬 '애비뉴 Q'는 동심과 포르노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비현실적 설정이 더는 이상할 것도 없는, 망가지고 부서진 세상을 살아낸 청춘에 바치는 따뜻한 노래로 시작한다.

배경은 미국 뉴욕, 할렘보다 더한 빈민가인 가상의 공간 '애비뉴 Q'다. 거기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약자이고 가진 게 없다. 아역 스타였지만 조명 밖으로 밀려난 아파트 관리인 개리 콜맨(성장장애로 아역스타에 머물다 2010년 세상을 떠난 실존 인물이다). 그를 중심으로 모이는 이들은 만년 유치원 보조교사, 커밍아웃을 주저하는 동성애자, 노숙자, 방에 처박혀 인터넷 음란 동영상에 빠져 사는 그저 그런 '괴물'이다. "세상에 나보다 더 엿같은 인생이 있다면 나와보라"고 소리치며 노래하는 이들은 그래도 끊임없이 삶의 목표를 쫓는다. 세상의 쥐구멍 같은 '애비뉴 Q'에도 볕이 들 날이 있을까.

퍼펫을 한 손에 들고 배역의 감정을 그대로 인형의 얼굴에 투영해내는 배우들은 인형극과 포르노만큼 대치되는, 발랄하지만 어두운 청춘의 양면을 속 시원하게 연기한다. 취업난, 인종 차별, 동성애자 차별, 빈부 격차 등 세계 공통인 아픔을 화려한 뒷골목 뉴욕을 무대로 풀어내기에 인형극만큼 적절한 도구도 없어 보인다. 어차피 세상만사는 인형극처럼 부조리투성이니 말이다.

'애비뉴 Q'는 2003년 뉴욕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첫 막을 올린 후 72회 공연 만에 브로드웨이로 입성하며 뮤지컬계에 돌풍을 일으켰던 화제작이다. 오리지널 팀의 내한공연이 23일 시작했다. 한국 실정을 제대로 꼬집어내기 위한 흥미로운 장치들을 극 곳곳에 숨겨놨다. 극 중간 관객들은 어쩌면 인형들에게 양심고백을 해야 할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공연은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10월 6일까지 이어진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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