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태에서 이대로 알기 쉽게 바둑이 마무리된다면 흑이 충분히 덤을 낼 수 있는 형세다. 백이 역전을 꾀하려면 좌하쪽 흑 대마를 몽땅 잡든지, 아니면 흑을 공격하면서 상당한 대가를 얻어내야 한다.
앞 장면에서 △를 당해서 일단 흑 대마가 자체적으로 두 집을 만들기가 어려워졌다. 하지만 주변 백돌이 그리 튼튼한 형태가 아니어서 흑 대마가 사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목진석이 1부터 9까지 위쪽으로 계속 밀고 나가자 백도 2부터 10까지 응수한 건 거의 외길 수순이다. 하지만 11로 젖히자 이번에는 왼쪽 백 대마 전체가 위험해졌다. 순식간에 공수가 뒤바뀐 느낌이다.
이제는 백이 도저히 안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이상헌이 14, 15를 먼저 교환한 다음 16으로 끊은 게 필사적인 저항이다. 당장 1, 3으로 끊는 건 4로 응수해서 안 되지만 백A가 미리 놓여 있으면 4 때 백B가 절대선수이므로 반대로 흑이 잡힌다.
따라서 목진석이 얼른 17로 연결한 건 당연한데 이때 이상헌이 슬그머니 18로 꼬부려 백 두 점을 연결하자고 한 게 마지막 승부수다. 여기서 흑도 응수를 잘 해야 한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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