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인삼농협이 일부 농민들이 친환경 인증을 속이고 내 논 인삼을 높은 가격에 수매해 국내 굴지의 화장품회사에 원료로 공급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잔류 농약이 다량 검출된 인삼을 사용한 한방 화장품이 이미 높은 가격에 시중에 유통됐을 가능성이 커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잔류 농약을 원료로 제조된 화장품 사용자들이 반발할 경우 인삼농협도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실은 전북 진안군에 위치한 전북인삼농협 한 조합원의 양심선언에 의해 밝혀졌다. 조합원 A씨는 25일"평소 삼포(인삼재배지)에 농약을 사용한 농가들이 갑자기 친환경 인증센터에서'친환경 인삼'으로 인증을 받는가 하면, 친환경 인증 인삼에 일반 인삼을 끼워 넣는 사례가 많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 같은 가짜 친환경 인증 인삼을 인삼농협이 일반 인삼의 두 배 가격에 수매 했다고 폭로했다.
이처럼 가짜 친환경 인증 인삼은 전북인삼농협의 수매를 거쳐 국내 굴지의 화장품회사인 B사에 전량 납품됐다. 이 농협은 지난해 전북과 충남, 경북 등 전국의 14개 친환경 인삼 농가에서 생산된 115톤(70%)을 수매, B사에 63억원 어치 상당을 납품했다.
이 농협이 수매한 115톤 가운데 90%인 103톤은 전남 모 지역에 위치한 'C 친환경 인증센터'에서 인증을 받은 6개 농가들이 재배한 인삼으로 잔류 농약 의혹을 받고 있다.
C 친환경 인증센터는 지난해 전남지역 9개 농가가 생산한 쌀 등 일부 농산물에 대해 허위로 인증을 내준 것이 적발 돼 지난 4월14일부터 6개월간 영업정지에 들어간 상태. 또 이 센터에서는 전남 지역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 잔류 농약이 검출됐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불법으로 친환경 인증을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전북인삼농협이 2010년에 27톤, 2011년에 56톤에 이어 지난해 115톤을 납품하는 등 갑자기 농가로부터 기하급수적으로 친환경 인삼을 수매해 B사에 납품한 것을 놓고 의혹의 눈길이 집중되고 있다.
A씨는"지난해 농협에서 화장품회사로 납품한 친환경 인삼의 대부분 가짜인 걸로 알고 있다"며"그 가짜 친환경 인삼을 화장품 원료로 사용했다면 현재 시중에 판매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한 관계자는"4년산과 6년산 인삼은 대부분 수확 1~2년 전부터 농약잔류검사를 받는 등 지도감독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갑자기 물량이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안에서 인삼을 재배하는 박모(59)씨는"전북에서도 친환경 인증센터가 5곳이 있는데 전북인삼농협에서 수매한 농가들 대부분이 영업정지를 당한 C친환경센터에서 인증을 받은 것도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농관원 전북지사와 전북인삼농협이 확인한 결과, 경기 연천의 한 농가는 민통선 안에 삼포지가 있어 친환경 인증 인삼으로 믿고 수매했으나 허위로 밝혀졌고, 전북 장수와 충남 금산에 삼포를 가지고 있는 한 농가는 지난해 친환경 인증을 받은 뒤 15일 만에 9톤의 인삼을 수매해 친환경 인증을 조작한 '짝퉁 친환경 인삼'유통이 널리 만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농관원 전북지사는 최근 전북인삼농협 관계자와 가짜 친환경 인삼 재배 농가를 경찰에 고발했다.
농협중앙회 인삼부 관계자는"몇 몇 인삼 농가의 속임수에 농협이 당했다"며"농협과 친환경인증센터, 농가 간 유착은 사실이 아니며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이니 결과를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농협 전북지역본부 관계자는"친환경 인증을 속이는 일은 전체적인 현상이 아니라 몇 몇 농가에 불과하다"며"추석을 앞두고 불미스러운 일이 생겨 농협과 선량한 농민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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