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타곤의 불가론과 정치적 찬성론 충돌한 듯/ 오바마 CNN 인터뷰 내용 추가
22일(현지시간) 미국 국방부, 국무부, 중앙정보국(CIA)을 비롯 버락 오바마 정부의 외교 안보팀이 백악관에 모였다. 시리아에서 화학무기로 민간인 1,300~1,500명이 희생됐다는 보도 이후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아직 확증은 없지만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세계가 미국 반응을 주목하는 시점이었다. 회의에서는 아사드 정권에 대한 군사 개입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한 고위 인사는 “아사드 정권에 강경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의견과, 현재 시점의 군사 행동은 무모하고 시기가 나쁘다는 의견이 날카롭게 대립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군사공격을 해도 국제사회 동의를 얻기까지 상당 시간이 걸리고, 그런 공격이 아사드 정권을 자극해 시리아 난민만 위험하게 만든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회의는 3시간30분이나 계속됐지만 의견들이 충돌하면서 아무런 결론 없이 끝났다.
강경론과 온건론을 편 쪽이 어느 기관인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드러난 정황만으로 보면 군이 오히려 군사개입에 반대하고, 정치적 판단을 하는 쪽이 반대로 강경한 입장이다. 군 의견을 대변하는 마틴 뎀프시 합참 의장은 실익도, 효과도 없다는 논리로 군사공격 불가론을 펴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상황은 군사 옵션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아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을 군사 개입의 금지선(레드 라인)으로 설정한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정치적 위험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눈으로 본 것은 이번 일이 깊이 우려할 중대 사건이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가스 공격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반군의 주장은 아사드 정권의 어떤 (범죄) 혐의보다도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미국이 곧장 개입하는 것은 시리아에서 더 큰 분노를 일으킬 수 있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이날 회의 이후 워싱턴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지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미뤄오던 군사개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데 무게를 싣는 양상이다. 실제 회의에선 지중해에 배치된 2대의 구축함에서 토마호크 미사일과 크루즈 미사일로 공격하는 구체적 방안들까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런 분위기를 뎀프시 의장이 이날 예정된 기자회견을 연기한 것과 연결 짓기도 한다. 뎀프시 의장은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안보 현안을 브리핑하기로 했으나, 예정시간을 2시간 연기한 뒤 나중에는 아예 순연시켰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은 유엔의 진상 조사 결과를 기다린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화학무기 사용이 사실이라면 오바마 대통령은 이전에 밝힌 대로 일련의 옵션을 고려하게 된다”며 강경 입장으로 선회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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