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전담변호사가 늘면서 공익로펌도 속속 둥지를 틀고 있다. 변호사들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전문영역에서 역량을 쌓아가고 있다. 대형 로펌들도 사회공헌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공익변호사를 채용하고 무료 변론 등 재능 기부에 나서고 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공익변호사단체의 '맏형'이다. 2003년 비영리 단체 '아름다운 재단' 별관 베란다를 개조한 방에서 시작해 지난해 12월 독립, 현재 7명의 공익전담변호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난민법 제정, 장애아동의 보험가입 차별 철폐, '도가니 사건'으로 점화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등 우리사회 인권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소송들이 공감의 작품. 2004년 40여명에 불과했던 후원자는 현재 1,100명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어필(APIL)은 난민 이주민 다국적 기업의 인권침해 등 국제적 이슈에 전문성을 가진 공익변호사 단체다. 일반 로펌에서 활동하며 자원봉사를 하던 김종철(42)변호사가 지난 2011년 1월 전업공익활동에 대한 갈증을 못 견뎌 '새 살림'을 차렸다. 어필의 정신영(32) 미국 변호사는 "취약 계층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그 사회 인권 수준을 보여주는 좋은 척도"라며 "난민의 인권은 그 중에서도 가장 열악하다. 어필은 이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젊은 피'들의 약진도 눈여겨볼만하다. '희망을 만드는 법'은 공익의 길을 걷고 싶던 30대 초중반 변호사 6명이 2012년 2월 설립한 공익법그룹이다. 정부와 자본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의 후원은 일체 받지 않는다. 이 그룹의 장애팀은 지난 3월 20일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참가 '선거 방송에 장애인을 위해 수화와 자막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장애인 참정권 보장조항 마련에 힘을 보탰다.
로펌에서는 법무법인 '태평양'이 출연한 공익재단법인 '동천'의 활동이 인상적이다. 지난 2월 동천이 발간한 '공익활동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태평양 변호사 275명의 68%인 188명이 1인당 평균 67시간의 사회공헌활동에 참여했다. 올해는 6월까지 소속 변호사의 3분의 1인 102명이 장애인 난민 사회적 기업 등 6가지 영역에서 법연구와 사회적 약자 변론 활동을 벌였다. 동천의 양동수(37) 공익전담변호사는 "로펌의 자원을 이용해 사회적 약자의 소송 대리뿐 아니라 소수자를 위한 입법활동에도 힘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염형국 사무총장은 "경제적 지원이 조금만 뒷받침 된다면 시민사회 영역에 전문성을 가진 공익전담변호사는 법조계의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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