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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부인 동영상에 “그녀는 미쳤다, 모두 거짓말”, 왕리쥔 증언엔 “잡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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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부인 동영상에 “그녀는 미쳤다, 모두 거짓말”, 왕리쥔 증언엔 “잡담”

입력
2013.08.23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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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시 서기는 공판 이틀째인 23일에도 자신의 뇌물 수수 혐의 등을 완강하게 부인했다.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의 동영상 증거엔 “그녀는 미쳤고 항상 거짓말만 했다”고 반박했고 심복이던 왕리쥔(王立軍) 전 충칭시 공안국장의 증언엔 “잡담일 뿐”이라고 무시했다.

이날 중국 산둥(山東)성 지난(濟南)시 중급인민법원에서 속개된 재판의 가장 큰 쟁점은 쉬밍(徐明) 다롄스더(大連實德)그룹 회장이 230만유로(약 34억원)를 들여 사 준 프랑스 호화 별장에 대해 보 전 서기가 알고 있었느냐는 것이었다. 구카이라이는 검찰 진술 동영상을 통해 “프랑스 별장은 아들 보과과(薄瓜瓜)에게 물려주기 위해 구입한 것으로, 남편은 이러한 생각을 지지했을 뿐 아니라 그 대금을 쉬 회장이 지불한 정황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흑백 가로 줄무늬 상의를 입은 동영상 속 구카이라이는 1년 전 재판정에서 사형 유예 선고를 받을 때에 비해 다소 핼쑥해졌지만 전반적으로는 차분해 보였다.

그러나 보 전 서기는 “구카이라이가 이미 정신이 비정상인 상황에서 수사기관의 압박을 받아 감형을 노리고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며 “모두 꾸며낸 허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영국인을 살해하고도 태연하게 군 것을 보면 그녀가 정상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별장의 임대 수익 분배 문제를 보 전 서기에게 보고했었다는 왕 전 국장의 증언에도 그는 “별장을 어떻게 샀고 어떻게 운용했는지는 나와 무관한 일”이라며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오히려 이 일 모두를 구카이라이가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보 전 서기의 이러한 태도는 잘못을 부인에게 떠넘겨 자신은 혐의를 벗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첫 부인이 이혼을 안 해줘 소송까지 간 끝에 어렵게 결혼한 두 사람이 이제 지루하고 복잡하기만 한 법정 진실 공방으로 사실상 파국을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두 사람은 각각 중국의 8대 혁명 원로인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의 아들과 항일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인민해방군 구징성(谷景生) 장군의 딸로 명문가를 대표했다. 일각에선 보 전 서기가 몰락한 자신의 현실을 애써 부정한 채 정치적 부활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반응은 엇갈린다. 관영매체들은 보 전 서기를 일제히 비난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인터넷판인 인민망(人民網)은 방청객의 말을 빌려 “신의 경지에 이른 그의 연기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신화통신도 “보 전 서기가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터무니 없는 말로 억지를 쓰고 있다”며 “거짓말은 최후의 발광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보 전 서기와 첫 번째 부인 리단위(李丹宇) 사이에서 태어난 큰 아들 리왕즈(李望知·35)는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본 뒤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진실만이 오랜 세월을 견뎌낼 수 있다”며 “법이 진실을 존중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리왕즈는 2007년 할아버지 장례식 후 처음으로 아버지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홍콩 매체들은 보 전 서기의 완강한 혐의 부인이 이미 정해져 있는 재판 결과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도 10시간 가까이 진행된 재판은 24일 오전8시30분 이어진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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