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원전비리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검찰이 이명박 정부 당시 '왕차관'으로 불렸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을 다음 주 소환조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원전 업체의 불법 로비자금 6,000만원 가량이 박 전 차관에게 건네진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최근의 수사진행 상황을 보면 원전비리 사건은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의 양상을 띠고 있다. 이달 초 구속된 원전브로커 오희택씨는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건설분과위원장을 지낸 '영포라인'이다. 이어 구속된 이윤영씨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일했고 한나라당 부대변인과 중앙위원회 노동분과 부위원장을 지냈다. 오씨는 원전 설비업체인 한국정수공업으로부터 로비자금 13억 원을 받아 이씨에게 3억 원을 건넸고, 이씨는 이 중 일부를 박 전 차관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정치권 출신 브로커들이 원전 설비업체에서 거액을 받아 권력 실세나 정부 고위 인사에게 청탁을 넣고, 이들은 다시 한수원 등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구도가 그려지고도 남는다.
현재의 검찰 수사만 보아도 비리의 커넥션이 박 전 차관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로비의 대상이 박 전 차관 외에 다른 정ㆍ관계 고위층에까지 확대될 여지가 없지 않다. 구속된 브로커들이 이명박 정부 때 장관과 국회의원 등의 이름을 거론했다는 얘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당초 원전 부품업체의 시험성적서 조작에서 출발한 원전비리 수사가 정ㆍ관계가 연루된 게이트로까지 번질 개연성이 높아졌다.
원전 납품비리는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 5월 이후 현재까지 48명이 기소된 대형 비리사건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불량 부품이 납품된 신고리 1ㆍ2호기와 신월성 1호기 등 원전 3기의 가동이 중단됐다. 국민들은 절전하느라 찜통 더위를 견디면서 내내 전력 위기의 불안에 시달렸다. 적지 않은 산업체들이 가동 중단으로 생산차질을 빚기도 했다. 정ㆍ관계 고위층이란 이들이 국민의 생명과 고통을 담보로 뒷돈을 받고 배를 불린 행위는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다. 검찰은 비리의 부패사슬을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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