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체 뢰플러, 베아테 바그너, 만프레트 볼퍼스도르프 지음ㆍ유영미 옮김
시공사 발행ㆍ288쪽ㆍ1만3,000원
남자는 단순하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여자만큼 복잡 미묘한 동물은 없다고 생각했던 게 착각이었을까. 남자도 복잡하단다. 사실 남자에게 강요된 무의식 중의 주문들은 그 삶의 무게만큼이나 힘겹나 보다. ‘남자는 딱 세 번 울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외침이 남자들에게 절대 뽑히지 않는 대못으로 박혔는지도 모르겠다. 태어났을 때,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라니… 여자야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렸을 법한 이유들이 책의 제목처럼 남자를 죽어가게 만들었다면?
저자인 만프레트 볼퍼스도르프 정신과 의사는 여자가 남자보다 우울증 비율이 2~3배 더 높지만 반대로 자살률은 남자가 여자보다 2~3배는 더 높다고 했다. 대부분 우울증 때문에 자살하기에 우울증 비율의 남녀 차이는 고개를 갸웃하게 만든다. 그는 최소한 나이가 꽤 든 남자의 우울증의 비율이 여성과 맞먹는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남자다움을 강요 받을수록 우울증이 더 심하다고 한다. 남자다움을 지켜내느라 도리어 남자가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독일의 축구스타 안드레아스 비어만의 사례를 소개한다. 비어만은 어릴 때부터 뛰어난 축구실력으로 주목을 받으며 자라왔다. 베를린의 헤르타BSC에 입단해 축구 스타의 길을 걸어왔던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진다. 어깨 탈구, 무릎수술 등의 부상은 인생을 달라지게 만든다. 의사는 축구를 하지 말라는 진단을 내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자친구마저 배신하면서 그는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다. 남들 눈에 띌까 노심초사하는 무게까지 더해진다. 그런데 같은 축구선수인 로베르트 엥케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용기를 낸다. “안드레아스 비어만, 29세 기혼, 두 아이의 아버지. 수년 전부터 우울증을 고통 받아오다.” 세상에 이렇게 외친 것이다.
비어만의 사례는 대부분의 남자에게도 적용된다. 이들은 내면의 아픔을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속으로 곪아가고 있는 것이다. 여자는 그나마 우울증을 극복하는 것도 자신의 속을 표현하기 때문이리라. 저자는 가족간의 대화, 운동 등 생활 치료법부터 삼환계 항우울제 등 우울증 치료제에 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특히 우울증 자가진단 테스트는 여자들도 해보시길.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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