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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황금시대

입력
2013.08.2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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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하먼 지음∙이영래 옮김

어크로스 발행∙464쪽∙2만원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있는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는 세계 최초의 자연 냉방 건물이다. 중앙을 텅 비워놓은 독특한 구조의 이 건물은 에어컨 없이도 늘 섭씨 24도를 유지한다. 전력 비용은 비슷한 크기의 다른 건물의 10% 수준. 최악의 전력난 때문에 온 국민이 패를 갈라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우리 나라에선 꿈 같은 이야기다.

이 건물의 구조는 아프리카 흰개미 집에서 따왔다. 동아프리카 평원에 4m 높이로 서 있는 흰개미 집은 바깥의 변덕스러운 기온과 상관 없이 실내 온도는 늘 30도 선에 고정돼 있다. 비밀은 중앙에 뚫어놓은 구멍으로, 뜨겁게 데워진 공기는 이 곳을 통해 위로 빠져나가고 위에 있던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온다. 흰개미들은 계절에 따라 중앙 굴뚝을 열고 닫으면서 미세한 온도 변화에 대응한다.

속도에 관해선 상어에게 조언을 들으면 된다. 물 속에서의 저항을 줄이려면 표면이 매끄러워야 하다고 오랫동안 믿었던 인간은 상어의 비늘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 상어의 피부는 방패비늘이라고 불리는 거친 세로 비늘로 덮여 있는데, 그 거칠기가 한때 사포 대신 쓰일 정도였다. 이 비늘은 물과의 접점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상어의 속도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한 수영복 업체는 이 비늘에서 착안해 작은 삼각형 돌기를 박은 수영복을 제작, 수영선수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데 일조했다.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처럼 자연의 힘을 빌어오는 것을 생체모방이라고 한다. 동물학자 재닌 베니어스가 1997년 처음 말을 만든 이래 녹색성장의 대표적인 모델로 거론되고 있다. 발명가이자 기업가인 제이 하먼이 쓴 는 생체모방을 단순한 친환경적 발전 방식이 아닌 정보기술(IT) 이후 산업계에 일대 혁명을 일으킬 신(新)성장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책은 ‘결코 실수하지 않는 자연’, ‘아무 것도 낭비하지 않는 자연’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풍력 기술을 한 단계 발전시킨 고래의 지느러미, 일본 신칸센 열차를 탄생케 한 물총새의 부리, 살모사의 열 감지 능력에서 착안한 전투기의 적외선 감지 기능 등등.

방 한 구석의 바퀴벌레도 범상치 않게 보일 때쯤 하먼은 독자들에게 생체모방 사업에 뛰어들라고 권유한다. 실제로 그는 벤처기업 ‘팍스 사이언티픽’과 자회사 ‘팍스 워터 테크놀로지’를 설립해 생체모방의 금광에서 금을 캐내기 시작한 사업가다. 그는 이 책에서 범고래의 형태를 딴 보트 디자인을 조선 기사에게 가지고 갔다가 “이 디자인이 제대로 작동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조롱을 들은 일화를 소개하면서 생체모방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이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상세히 조언한다.

저자가 생체모방을 혁명으로까지 추켜세우는 이유는 그 효율성 때문만은 아니다. 기후변화, 자원고갈, 환경오염 앞에서 이제 인류가 택할 수 있는 발전 방식은 몇 개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자연은 저자의 말처럼 “끊임없이 진화하면서도 누구도 위험에 빠뜨리지 않는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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