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의 코미디 같은 모습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좀 심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는 22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4년 전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안철수 편에 대해 ‘권고’ 제재를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영향력 있는 공인의 발언을 방송사가 진위 여부 확인에 소홀했다며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왜 4년이나 지난 방송을 문제 삼았을까.
‘안철수의 거짓말’이 심의에 올라간 건 지난 7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이끄는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가 4년 전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언급한 안철수 의원(무소속)의 거짓말이 중ㆍ고교 교과서에 실렸다며 심의를 요청하면서부터다. 이 협회는 안 의원이 당시 이 프로그램에서 ▦가족에게 말도 안하고 입대했다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회사주식을 나눠준 뒤 9시 뉴스 인터뷰에서 손만 꼼지락거리는 장면만 나왔다 ▦의미가 있고 잘 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의 길을 택했다 등의 이유를 들었다. 실제로 안 의원이 과거 인터뷰를 보면 말이 바뀐 부분도 있다.
그러나 논지는 그게 아닌 듯하다. 여권 추천 위원 6명과 야권 추천 위원 3명 등이 전체회의에 참석했는데, 절대 다수인 여권 추천 위원들이 몰아붙이기 식으로 이 안건을 처리했다는 것이다. 여권 추천의 권혁부 부위원장은 “회사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고 손가락만 꼼지락 대는 화면만 나갔다는 건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수위가 높은 ‘주의’ 의견을 냈다. 다른 여권 추천 위원들도 “방송에서 말한 거짓말들은 안철수 신화를 만들어 교과서에 실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야권 추천 위원들은 방송사가 인터뷰하는 사람의 기억과 발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 오락프로에서 연예인들의 성형설 부인 등 거짓 발언 등도 모두 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며 ‘각하’의견을 냈지만 무산됐다. 그렇다면 지상파와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예능 프로그램은 출연자의 뒷조사를 철저히 해야 하는가. 또 방통심의위는 인터뷰 형식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을 심의할지 궁금해진다.
이쯤 되면 이번 제재가 정치인 안철수를 끌어내리기 위한 정치적 술수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무릎팍도사’가 제재 당일 밤에 종영했다는 점이다. 굳이 종영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었을까. 억지 춘향식의 ‘안철수 죽이기’로 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23일 안 의원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는 4종의 중ㆍ고교 교과서가 퇴출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안 의원의 허위 경력 의혹까지 제기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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