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산돼 있는 한국에서 '충성'이라는 단어는 종종 부정적인 뉘앙스로 해석된다.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이라는 사전적 의미보다 명령이나 의사를 그대로 따르는 '복종'의 유사어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의 문화 칼럼니스트인 저자에 따르면 충성은 그리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저자는 국가에 대한 헌신은 물론 가족 간의 사랑, 친구 사이의 우정, 반복 구매 고객 등 강한 유대관계를 모두 충성이라 명명하고 이 같은 충성을 '삶의 근본적 미덕'으로 규정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충성과 배신을 키워드로 한 다양한 역사적 순간의 드라마를 소개한다. 파멸과 절망 앞에서도 신을 찬양하는 구약성서 속 인물 욥의 극단적 충성부터, 믿었던 브루투스에게 암살 당한 카이사르의 이야기, 연기상을 받은 후 수상 소감으로 남편을 향한 감사 인사를 전한 후 일주일 만에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미 할리우드 배우 산드라 블록의 이야기까지 풍부한 사례를 담았다. 특히 저자는 "사람은 제도의 창조자인 동시에 피조물로, 제도의 공존을 인정하는 순간 충성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다"는 정치이론가 존 샤의 말을 인용하며 삶이 복잡해질수록 충성 사이의 갈등이 커진다고 강조한다. 원시문화에서는 가족과 국가가 본질적으로 통합돼 있어 갈등의 소지가 적은 반면 삶이 복잡해지면서 충성의 대상이 늘고 갈등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는 이야기다.
책의 목적은 충성을 다각도로 성찰하게 함으로써 실생활의 의미 있는 덕목으로 만드는 길을 제시하는 데 있다. 다양한 유대 관계에서 비롯되는 인간의 불안과 좌절, 슬픔은 결국 신뢰를 바탕으로 한 충성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함으로써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원제는 'Loyalty'.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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