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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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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코미디

입력
2013.08.2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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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의 코미디 같은 모습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좀 심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는 22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4년 전 방송된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안철수 편에 대해 ‘권고’ 제재를 내렸다. 방통심의위는 방송사가 영향력 있는 공인의 발언 진위 여부 확인을 소홀히 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를 위반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왜 4년이나 지난 방송을 문제 삼았을까.

‘안철수의 거짓말’이 심의에 올라간 건 지난 7월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가 이끄는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가 4년 전 안철수 의원(무소속)이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언급한 거짓말이 중ㆍ고교 교과서에 실렸다며 심의를 요청하면서부터다. 이 협회는 안 의원이 당시 이 프로그램에서 한 발언 중 ▦가족에게 말도 안하고 입대했다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회사주식을 나눠준 뒤 9시 뉴스 인터뷰에서 손만 꼼지락거리는 장면만 나왔다 ▦의미가 있고 잘 할 수 있는 백신 개발의 길을 택했다 등을 지적했다. 실제로 안 의원이 과거에 한 인터뷰 내용과 말이 바뀐 부분도 있다.

그러나 논지는 그게 아닌 듯하다. 전체회의에는 여권 추천 위원 6명과 야권 추천 위원 3명 등이 참석했는데, 절대 다수인 여권 추천 위원들이 몰아붙이기 식으로 이 안건을 처리했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여권 추천의 권혁부 부위원장은 “안 의원이 회사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준 후 방송사와 인터뷰를 해놓고도 당시 뉴스에 손가락을 꼼지락 대는 화면만 나갔다고 말한 것은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수위가 높은 ‘주의’ 의견을 냈다. 다른 여권 추천 위원들도 “안 의원이 방송에서 말한 거짓말들이 안철수 신화의 핵심요소였다”며 비판했다. 야권 추천 위원들이 방송사가 인터뷰하는 사람의 기억과 발언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을 지적하고, 오락프로에서 연예인들의 성형설 부인 등 거짓 발언 등도 모두 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예도 들어 ‘각하’의견을 냈지만 무산됐다. 그렇다면 지상파와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는 모든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의 뒷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뜻일까. 또 방통심의위는 인터뷰 형식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을 심의할지 궁금해진다.

이쯤 되면 이번 제재가 정치인 안철수를 끌어내리기 위한 정치적 술수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무릎팍도사’가 제재 당일 밤에 종영했다는 것도 이번 제재가 억지 춘향식 ‘안철수 죽이기’라는 의심을 증폭시킨다. 굳이 종영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제재를 가할 필요가 있었을까. 게다가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23일 안 의원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는 4종의 중ㆍ고교 교과서가 퇴출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안 의원의 허위 경력 의혹까지 제기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것만은 아닌 듯하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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