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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만 알았는데… 모국에 오니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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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만 알았는데… 모국에 오니 정말 좋아요"

입력
2013.08.2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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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살아있었다면 꼭 한번 같이 오고 싶었지…"

중국 선양한국국제학교에서 시설관리 일을 하는 백장률(72)씨는 23일 오전 처음 본 서울 경복궁 경회루 앞에서 고향땅을 밟은 듯한 감회에 젖었다. 20일 중국 단둥에서 24시간 동안 배를 타고 온 서울은 꼭 한 번 찾고 싶었던 그리운 '모국'이었다. 백씨는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1968년 고향 평북 의주를 떠나 선양에 정착했다. 그 후 40년이 넘도록 고향을 가지 못했다. 백씨는 "정 많은 한국 사람들, 우리 민족 역사의 흔적들을 서울에서 만나보니 마치 고향 땅에 온 듯하다"며 "마음 놓고 갈 수 없는 고향에 대한 아쉬움을 여기서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씨를 포함해 총 133명의 재중동포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6박 7일 일정으로 첫 모국 방문을 했다. 중국 랴오닝성 내 3개 조선족학교의 학생∙교직원들이다.

본계조선족중에 다니는 서해양(10)군은 부모를 만나는 기쁨으로 모국 방문이 더욱 뜻 깊다. 서군의 부모는 2006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세 살배기 서군을 중국 지린의 외가에 맡겨두고 서울로 왔다. 장차 학교에 다닐 서군의 학비와 가족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다. 서군은 "부모님께서 비행기 요금이 비싸 2~3년에 한 번씩 집에 오셨다"며 "꿈같은 보름이 지나면 다시 서울로 돌아가곤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그토록 그리웠던 엄마를 서울에서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고 말했다.

경복궁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던 허준석(12ㆍ화신조선족학교 5)군은 "궁이 정말 아름다워 감탄했다"고 말했다. 각각 아이돌그룹 비스트, B1A4의 팬이라는 단짝친구 신정현(10)양과 박림청(10)양은 "서울에 오기 전에는 K팝에만 관심 있었다"며 "이번에 경복궁과 남산한옥마을을 다녀오면서 서울을 더 좋아하게 됐다"고 웃어 보였다. 학생들과 함께 온 박희복 본계시조선족중 교사도 "그립던 모국에서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이들의 모국 방문은 고영규 선양한국국제학교 교장의 제안으로 이루어졌다. 고 교장은 자매결연을 맺은 3개 조선족학교 학생들 중 경제적 여건이 어려워 모국을 방문할 수 없었던 학생들을 위해 직접 필요 경비를 모았다. 고 교장은 "숙박장소인 한터캠프와 견학장소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취지와 의미를 설명하며 도움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조선족 학생들에게 한국의 문화 유적과 발전상을 견학하게 함으로써 모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자 했다"며 "모국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한 조선족 학생들이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어른으로 성장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관진기자 spiri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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