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불의에 타협해야 할 것인가, 불의를 막기 위해 목숨을 포기해야 할 것인가. 오스트리아 독일 합작영화 ‘카운터 페이터’(EBS 밤 11.00)는 2차 세계대전 중 유태인 수용소를 배경으로 존재의 방식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중심 인물은 위조한 돈으로 향응에 빠져 살았다가 나치 경찰에 체포되는 유태인 소로비치(칼 마르코빅스)다. 그는 유태인 수용소에 끌려가지만 빼어난 그림 솜씨 덕에 나치 친위대 간부들의 초상화를 그려주며 다른 포로들이 질시할 수용소 생활을 영위한다. 어느 날 소로비치는 다른 수용소로 이감되고 전직 인쇄공, 은행원 등과 함께 연합국의 사회 불안을 조성하기 위한 나치의 대규모 위폐제조와 여권 위조 작전에 동원된다. 소로비치는 다른 유태인들의 비난 속에서도 위폐제조반의 책임자가 되어 나치에 협력한다. 나치에 맞서 싸우다간 작전에 동원된 모든 유태인들이 죽음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부역자라는 따가운 시선 속에서도 소로비치는 위조지폐 발행을 남몰래 지능적으로 방해하며 나치의 패망을 기다린다. 하지만 동료들은 나치의 패전을 더 빨리 이끌기 위해서는 조직적으로 대항해야 한다며 소로비치를 몰아붙인다. 감독 슈테판 로조비츠키. 원제 ‘Die Falcher’(2008), 15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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