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민주화운동으로 축출돼 수감됐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85) 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석방돼 군병원에 연금됐다. 2011년 2월 권좌에서 쫓겨난 지 두 달 만에 시위대 살인 방조, 부패 등의 혐의로 구속된 지 2년 4개월 만이다.
이집트 검찰은 이날 교정 당국에 무바라크의 석방을 명령했다. 전날 법원의 석방 명령에 따른 조치다. 무바라크는 지난해 6월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법원은 재심을 진행해 주요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상태다.
카이로 남부 외곽 토라교도소에서 복역하던 무바라크는 교도소에서 헬기를 타고 군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무함마드 이브라힘 내무장관이 밝혔다. 앞서 하젬 엘레블라위 과도정부 총리는 이달 선포된 비상사태법에 의거해 무바라크를 출옥 후 가택연금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무바라크는 군병원에 연금생활을 하면서 25일 속행되는 재판에 참석, 살인 방조 등 남은 혐의에 대해 심리를 받게 된다.
이집트 첫 민선 대통령 무함마드 무르시를 축출한 군부 쿠데타, 친무르시 시위대 유혈진압에 이은 무라바크의 석방으로 이집트 정국이 군부가 직간접적으로 통치했던 구체제로 회귀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BBC방송은 "무바라크의 석방은 군부가 2011년 아랍의 봄 이후 진행된 변화를 되돌리는 상징적 조치"라고 분석했다.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세력이 한풀 꺾인 무슬림형제단이 다시금 저항 동력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유럽연합(EU)은 21일 외무장관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집트에 대한 무기 수출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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