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그만하고 새 직장을 구하라"고 잔소리하는 아내를 살해한 뒤 시신을 두살배기 아들과 함께 방치한 2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패밀리 레스토랑 종업원인 장모(22)씨는 2011년 함께 일하던 A(23)씨와 눈이 맞아 동거를 시작했다. A씨는 곧 임신했고, 둘은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장씨는 이른 결혼 생활에 답답함을 느껴 스트레스를 받았고, A씨가 같은 해 10월 출산한 뒤 회사에 정식 취업하면서 부부 관계는 더 나빠졌다. A씨가 "게임 좀 그만해라, 일찍 귀가해라, 전망 있는 일자리를 알아보라"고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26일 이들의 불안했던 부부 관계는 살인으로 파국을 맞았다. 이틀 전 장씨는 서울 금천구 독산동 자신의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A씨가 부탁한 집안 청소를 하지 못했다. 퇴근한 A씨는 장씨와 말다툼을 했고, 다음날 저녁 이혼을 요구했다. 화가 나 뛰쳐나간 장씨는 집 앞 놀이터에서 혼자 소주 1병을 마신 뒤 새벽 4시쯤 집에 들어가 안방에서 자고 있던 A씨의 목을 졸랐다. 잠에서 깬 A씨가 반항하자 옆에서 자던 아들도 깨 울음을 터뜨렸으나, 장씨는 아들이 보는 앞에서 A씨를 살해했다.
장씨는 A씨의 시신을 다른 방에 옮겨 둔 채 태연히 직장을 다녔다. 며칠 뒤 이웃에 사는 A씨의 친구가 A씨의 근황을 묻자 장씨는 "부부싸움한 뒤 가출했다"고 둘러댔고, 이 친구의 어머니는 "그럼 아이라도 돌봐주겠다"며 아이를 데려갔다. 그 전까지 아이는 나흘 간 숨진 엄마와 한 집에 방치돼 있었다.
장씨의 범행은 딸과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장모가 시신이 있는 장씨 집에 찾아오면서 들통났다. 장모는 출근한 장씨에게 전화를 걸어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했지만 장씨는 이를 거부했고, 장모가 "열쇠공을 불러 문을 따겠다"고 하자 장씨는 결국 경찰서에 찾아가 범행을 털어놓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박종택)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장씨는 범행 당시 옆에서 자던 어린 아들이 깨어났음에도 기어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아이를 시신이 있는 집에 방치한 채 태연하게 일상생활을 하는 등 냉혹하고 비정했다"고 밝혔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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