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글을 트위터에서 리트윗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박정근(26)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수원지법 형사3부(부장 장순욱)는 22일 국가보안법(찬양ㆍ고무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게 일부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직접 게시하거나 리트윗한 표현물은 북한의 표현물을 그대로 옮겨온 것이 많아 북한의 주장을 찬양ㆍ동조하는 것으로 읽힐 소지가 다분하다"면서도 "유죄가 인정되려면 객관적 이적성 외에 국가의 존립이나 안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것이라는 목적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오히려 피고인 주장대로 북한을 풍자하거나 조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박씨 의견을 들어 무죄 판결 요지를 일간신문에 게재할 것도 주문했다.
법원이 이날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이적성 표현물이라도 단순히 리트윗한 것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초 수사 과정에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박씨는 트위터에서 게시물을 리트윗한 행위로 구속된 세계 최초의 사례로 알려지면서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보고서와 뉴욕타임스ㆍBBCㆍAP 등 외신에 소개되기도 했다.
박씨는 2010년 12월부터 1년 간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실린 글 96건을 리트윗해 퍼뜨리거나 동영상 등 이적표현물 133건을 작성한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11월 1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당시 박씨는 항소하면서 "북한을 풍자ㆍ조롱했을 뿐인 내 행위에 이적행위 목적이 있었다는 법원 판결이 아쉽고 하루빨리 국가보안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수원지법 형사6부(부장 송인권)는 지난 9일 박씨와 같은 국가보안법 7조(찬양ㆍ고무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시인 권말선(41ㆍ여)씨가 해당 법 조항에 대해 낸 위헌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했다. 해당 조항은 북한을 찬양ㆍ고무할 목적으로 문서ㆍ도화ㆍ기타의 표현물을 제작ㆍ소지 등을 하는 행위를 처벌토록 한 내용이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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