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에 합의한 북한의 통지문에서 보다 눈길을 끈 대목은'금강산관광 재개 실무회담'과 관련한 답변이다. 우리 정부가 내달 25일 열자고 수정 제의한 실무회담 개최 시기에 대해 북측은 "조속한 재개를 원한다"며 8월말~9월초를 회담 기간으로 언급했을 뿐, 남측 요구를 무작정 거부하지 않았다.
북측이 자신들이 주장한 실무회담 개최 날짜(22일)를 끝까지 고집했다면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모처럼 맞은 대화 국면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제기된 탓에 금강산관광 협상은 이산가족 이슈보다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대북 소식통은 "과정을 떠나 두 사안 모두 북측이 양보를 한 모양새가 됐다"며 "다만 속내는 비중이 큰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의 성사를 위해 이산가족 문제에 결단을 내린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북측이 일정 부분 성의를 보인 만큼 다시 공은 남측으로 넘어온 셈이지만 어느 때보다 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이미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22일 박근혜정부의 대북 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금강산관광 재개의 쟁점자체는 복잡하지 않다"며 설령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무산되더라도 금강산관광 문제는 '투 트랙'으로 다룰 방침임을 시사했다.
대북 전문가들은 개성공단과 함께 양대 달러 박스 창구를 복원하려는 북한의 경제적 필요성과 장기(5년) 사업중단에 따른 여론의 부담을 해소하고 출범 초기 남북의 유화적 흐름을 이어가려는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고 있다. 실제 2008년 7월 관광중단 이후 금강산관광 사업체 투자한 업체들이 입은 매출 손실만 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원산관광특구 개발, 마식령 스키장 건설 등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집권 1년을 맞아 경제 회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북한 입장에선 시너지를 위해서라도 금강산관광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우리 정부도 금강산관광까지 정상화할 경우 남북관계의 전면 회복과 더불어 북미대화, 북핵 6자회담 재가동 등 대화의 틀을 확장시킬 수 있어 놓치기 어려운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관광 재개의 핵심 쟁점은 금강산관광 중단을 야기한 원인 즉, 남측 관광객 박왕자씨 사망 사건 처리 문제에 양측이 어떤 접근을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 이명박정부는 ▦사건 진상규명 ▦신변안전 보장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 3대 선결조건을 내세우며 임기 내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2010년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 때도 행사 이후 상봉 정례화를 다룰 적십자 실무회담에서 금강산관광 문제를 연계하자는 북측 요구에 대해 남측은 거부 태도를 견지했고, 북한은 곧장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응수했다.
그러나 지난 7일 개성공단 정상화와 관련 "남측 인원의 신변안전 담보 및 재산 보호"를 명시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특별담화에서 보듯, 북측이 사망 사건에 전향적으로 임하고 우리 정부도 세부 조치는 뒤로 미룬 채 큰 틀의 원칙에 동의할 경우 절충점은 의외로 쉽게 도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강산관광 재개가 가장 강력한 대북 제재인 5ㆍ24조치의 해제를 앞당기는 기폭제는 물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초기 성패를 판단하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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