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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주적 미·소 정상 사석에선 친구처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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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주적 미·소 정상 사석에선 친구처럼 지냈다

입력
2013.08.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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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옛 소련 공산당 서기장. 끝 모를 군비 경쟁으로 냉전시대를 이끈 두 정상이 막상 비공개 자리에선 오랜 친구처럼 화기애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국립문서보관소(NARA)는 21일(현지시간) 닉슨 전 대통령 재임 말기인 1971년 2월부터 1973년 7월 사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비밀리에 녹음된 대화 내용 가운데 마지막 340시간(4개월)분량의 기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1973년 6월 방미한 브레즈네프와 닉슨의 비공개 회동은 시종일관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양국의 두번째 전략무기제한협정(핵무기 감축협정)을 이끌어 낸 이른바 워싱턴정상회담을 갖기 직전의 이 회동에서 두 정상은 가족 이야기 등 소소한 개인사로 대화했다.

브레즈네프는 대학 입시 때문에 힘들어하는 손자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닉슨은 "우리 두 사람이 협상에서 일부 이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럼에도 우리가 세계 양대 최강대국을 이끌고 있고 두 나라가 가능한 부분에서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닉슨은 또 "우리가 함께 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그것이 바로 내가 이번 협상에 임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AP통신은 닉슨의 백악관 비밀기록을 분류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텍사스 A&M대학교의 루크 닉터 교수가 대화 내용에 대해 "냉전시대 주적들이 오랜 친구처럼 대화하고 있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이라고 촌평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에서는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H.W 부시 등 두 명의 후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 당시 닉슨을 적극 지지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레이건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닉슨이 워터게이트 파문과 관련, 첫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직후 백악관으로 전화해 "우리는 여전히 당신을 지지하며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응원했고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이었던 부시도 같은 날 "강한 자부심을 갖고 담화를 지켜봤다"고 전화로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요바린다의 '닉슨 대통령 도서관 겸 박물관'이 보관하고 있는 이 녹취록의 전체 분량은 3,700시간 분에 이른다. 이중 수백 시간 분량이 아직도 국가 안보와 사생활 보호 때문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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