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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8월 23일] 민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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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8월 23일] 민어 이야기

입력
2013.08.2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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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바다 속의 산삼이라 부르는, 주둥이가 노랗다고 황순어(黃脣魚)라 부르는 놈이 있다. 길이 2㎙ 몸무게 100㎏까지 자라기도 하는데 몸통의 모든 부위가 약재로 쓰여 큰 놈은 마리당 실제로 수억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놈의 부레는 심각한 출산후유증이나 불임여성에게 특효가 있다고 한다. 2008년 홍콩에서, 2009년 광둥성에서, 2010년 푸젠성에서 잡혔다는 보도가 있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 '바다의 10대 보물' 중 하나로 지정했다니 중국인의 과장만은 아닌 듯하다

▲ 2011년 8월 남해 거제도 앞바다에서 황순어가 그물에 걸렸다고 난리를 피운 적이 있었다. 원래 상하이 남동쪽 바다에 살던 놈이 태풍 '무이파'에 떠밀려왔다는 설명도 잇따랐다. 한데 꼬리 쪽에 검은 반점이 있는 게 드러났고, 결국 전문가의 감정 결과 점성어(占星魚)로 밝혀졌다. 황순어나 점성어나 민어(民魚)의 친척 뻘이다. 황순어는 '금전(金錢)민어'라고 불리며 귀한 대접을 받는 반면, 중국산이 많은 점성어는 홍(紅)민어란 별칭으로 짝퉁 취급을 받는 처지다.

▲ 민어는 우리의 '고급스런 국민 생선'이다. 조상의 영혼을 구하기 위해 음력 7월15일 올리는 우란분재(盂蘭盆齋)에는 민어를 제수용품으로 챙겨야 할 만큼 고급 대접을 받았다. 세종실록과 자산어보 등 옛 문헌들에 그 놈의 부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있을 정도로 대중적 먹거리이기도 했다. 제주도와 강화도 해역을 오르내리다 중간 집합장소인 전남 신안군 인근을 지날 때면 "부우 부욱"하며 헤엄치는 소리에 섬마을 사람들이 밤잠을 설칠 지경이라고 한다.

▲ 해양수산과학원은 8월의 수산물로 백합(白蛤)과 민어를 추천했다. 백합은 으뜸 조개라고 상합(上蛤), 오래 산다고 생합(生蛤)으로도 불린다. 민어는 방광과 신장에 효과가 좋아 땀과 기를 많이 빼앗기는 여름철 보양식으로 제격이다. 농촌진흥원도 복(伏)달임 음식으로 선정했는데, "개장국은 3품, 도미탕은 2품, 민어탕이 1품"이란 말을 덧붙였다. 서해안의 민어가 가장 영양분이 많이 오른 시기가 말복(8월12일)과 추석(9월19일) 사이라니 요즘이 딱 그 때다.

정병진 주필 bjj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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