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일본에 위험한 해입니다."
22일 만난 야마다 쇼지(83) 릿교대 명예교수는 "위험하다"는 말을 여러 번 되풀이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이 22~23일 개최한 관동대지진 90년 한일학술회의 기조 강연자로 내한한 그는 지난해 말 아베 신조 내각 출범 후 가속화하고 있는 일본 사회의 우경화를 강력히 비판했다.
야마다 교수는 "정치인들이 군사화를 주장하고 애국심을 강조하는데, 이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국가가 국민에게 '전쟁 터지면 나가 죽어라'라고 세뇌하는데 아무도 제동을 걸지 않는 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사학자로서 일 정부의 역사 왜곡을 앞장서서 비판해 온 양심적 지식인으로 분류되는 그는 특히 재일한국인 문제에 천착해 한국과 연이 깊다. 릿교대 임용 직후인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운동에 참가했고, 71년 서울대 유학 중이던 서승, 서준식 형제가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되자 약 20년간 이들의 구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관동대지진 80주년이었던 2003년에는 당시 조선인 학살사건의 참상을 드러낸 연구서 을 펴냈다.
야마다 교수는 일본의 군국화 움직임을 설명하며 자주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각 지방자치단체 검정 역사 교과서에서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 내용을 축소·은폐하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올해 도쿄 교과서에서는 '학살'이라는 표현이 사라졌고, 요코하마 교과서에서는 '군경이 학살에 가담했다'는 문구가 삭제됐다. 그는 "교육 과정이 왜곡되면 학생들은 국가주의에 대한 비판 의식을 잃게 된다"고 우려했다.
야마다 교수는 또 "지금 일본에서는 동아시아 침략 역사를 다룬 책이 거의 팔리지 않아 출판사가 출간을 꺼린다"며 "이런 책을 내려면 저자가 출판사에 돈을 내고 부탁해야 한다"고 씁쓸해 했다. 이 와중에 일본 우경화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6개월 후 출간이 목표지만, 책이 안 팔릴 걸 각오하고 있다. 그래도 쓰는 이유는 전쟁의 비극을 직접 겪은 자신이 군국화 시도에 대항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는 사명감 때문이다.
'노학자'가 다음 세대에 전하려는 건 국가보다 인간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 국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사상 위에 서는 의식이다. 그는"이를 위해 국경을 넘는 인간 간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의 경계에 선 재일한국인 문제를 연구하면서 이를 깨달았다는 그는 "재일한국인의 고뇌를 이해하는 것은 국가 권력의 진실 왜곡에 대항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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