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 들어설 예정이던 국내 최초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이 무기한 보류됐다. 보건복지부는 줄기세포 시술의 안전성 문제를 승인 보류 이유로 내세웠지만, 일각에서는 진주의료원 폐업 등과 관련해 복지부에 대한 비판적인 여론이 거센 상황에서 영리병원 이슈까지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22일 "제주도가 요청한 싼얼병원의 사업계획서 승인을 잠정 보류한다"고 밝혔다. 싼얼병원은 중국 천진하업그룹의 한국법인 '차이나스템셀(CSC)'이 500억원을 들여 설립을 추진중인 최초의 투자개방형 외국의료기관으로, 중국인 부유층을 대상으로 48병상의 피부·성형·내과·검진센터 등을 운영할 계획이었다. 올해 2월 제주도를 통해 복지부에 사업계획서 승인을 요청했고, 국내 최초 외국계 영리병원 탄생 여부로 관심을 모았다.
복지부는 이번주 초 "중국인 의료관광객 유치를 위한 국제병원이 제주에 설립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 배포 계획을 언론에 공지했을 정도로 병원 설립 승인을 기정 사실화했으나 갑자기 무기한 보류 결정을 내렸다.
복지부는 우선 싼얼병원의 줄기세포 시술을 관리·감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싼얼병원측은 줄기세포 연구ㆍ시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국내에선 안전성을 이유로 2가지의 줄기세포 시술만이 허용돼 있다. 싼얼병원은 영리병원 특성상 건강보험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나쁜 의도를 갖고 불법적인 줄기세포 시술을 할 경우 현실적으로 감시·감독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싼얼병원이 미용·성형 시술에 중점을 두면서도 필요한 응급의료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점도 보류 이유 중 하나다. 싼얼병원은 제주도의 한라병원과 진료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각종 응급 상황에 대처하려고 했지만 지난달 27일 MOU가 파기됐다.
정부가 내세운 표면적인 이유 외에도 국내 최초 영리병원 승인을 두고 정부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비판이 거셌던) 세법개정 문제도 있었는데 (영리병원 사업계획서) 승인을 내면 바로 의료민영화 이슈로 묶이게 된다"며 "아직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보건의료노조는 영리병원 승인 발표를 예상하고 27일 복지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계획했었다.
복지부는 앞으로 싼얼병원 줄기세포 시술에 대한 전문가 자문을 받고, 제주도의 싼얼병원 관리·감독 방안을 요구하는 등 싼얼병원의 사업계획서를 계속해서 추가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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