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란 이유로 당해야 했던 창피가 어느 정도 사라진다. 채무자의 인권도 존중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채권추심 업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저축은행과 카드사, 대부업체, 신용정보업체 등에 통보했다. 과도한 빚 독촉을 막고, 다른 사람이 채무자의 부채 여부를 쉽게 알 수 없도록 하자는 취지다.
우선 금융회사나 채권추심회사는 독촉장 등을 채무자에게 서면으로 보낼 때, 채무 내용을 알 수 없도록 밀봉해야 한다. 특히 봉투 겉면에 혐오감을 일으키는 빨간색이나 눈에 띄는 진한 검정색 글씨 등을 써 수신인이 '채무자'라는 사실을 알리면 안 된다. 다른 사람이 채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엽서, 팩스, 개봉서신,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는 벽보, 스티커, 인터넷 고지 등도 금지된다.
채무자의 거주지나 직장을 방문할 순 있지만 현장에 없다고 채무 사실을 주변에 알리는 일체의 행위도 불허된다. 아울러 자녀 입학이나 졸업, 결혼식 등 가족 행사에 나타나 공개적으로 빚을 갚으라고 요구할 수 없다.
반복적인 전화 협박도 금지된다. 예컨대 "빚 빨리 안 갚으면 평생 후회하게 해주겠다"는 식의 음성메시지를 남기거나, 채무자가 상중임을 알면서도 빚 독촉 전화를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자녀를 언급하며 위협하거나 미성년자인 자녀의 학교를 찾아가는 행위도 못하도록 했다.
이밖에 금감원은 ▦국민행복기금에 채무 조정 상태일 경우 ▦신용회복위원회에 신용회복지원을 신청한 경우 ▦개인회생 절차 개시 ▦상속인의 상속 포기 등의 경우에도 추심행위를 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채권추심업체가 다른 업체에 하청을 줘 악랄한 빚 독촉을 떠넘기는 짓도 불법이다.
금감원은 가이드라인 위반 시 최고 징역 1년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