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세입자 대책인 목돈 안 드는 전세가 23일 일제히 출시된다. 대출한도는 최대 2억6,600만원, 금리는 최저 연 3.5% 수준이다. 다만 당초 공약이던 집주인 담보대출은 뒤로 미뤄졌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ㆍ우리ㆍ하나ㆍ신한ㆍ농협ㆍ기업 등 6개 시중은행은 '목돈 안 드는 전세2' 대출 상품을 23일 선보인다.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받을 권리인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을 은행에 넘기는 조건으로 금리는 낮게, 대출 한도는 늘리는 방식이다.
대상은 부부합산 연 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자.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금액이 정해지는데,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기존 전세자금대출(2억2,200만원)보다 최대 4,400만원을 더 빌릴 수 있다. 금리는 연 3.5~4.5%로 일반 전세자금대출보다 0.2~0.3%포인트 낮다. 여기에 보증수수료 인하분까지 더하면 0.5%포인트가량 세입자 부담이 줄어든다. 1억원을 빌린다면 일년에 50만원 정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월세대출 상품도 이달 말까지 대거 나온다. 외환ㆍ기업은행은 세입자 명의의 마이너스통장을 만든 뒤 집주인 계좌로 월세를 송금해주는 방식을, 하나은행은 기존 전세대출 상품을 활용해 반(半)전세 세입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세입자에게 한도를 늘려 돈만 빌려주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월세대출의 경우 이미 3, 4월 우리은행(우리월세안심대출)과 신한은행(신한월세보증대출)이 판매 중이지만 대출을 받은 사람은 10명에 불과하다. 액수도 우리은행 4,700만원(5건), 신한은행 5,400만원(5건)밖에 안 된다.
판매 촉진을 위해 대출 대상을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대출 한도를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출 대상자 신용등급을 6등급에서 8등급으로 확대했지만 여전히 인기가 없다. 한 은행 관계자는 "월세대출 수요자 대부분은 저소득ㆍ저신용자"라며 "대출까지 받아 월세를 낼 바에야 좀더 싼 월세를 알아보거나 이자가 더 싼 보증금대출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래서 전월세 문제 해결을 위해선 보다 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판박이 상품을 내놓는 것보다 월세 소득공제, 질권설정을 전제로 한 금리 인하 등이 결합된 상품처럼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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