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계속돼 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돈 풀기, 이른바 '양적완화'가 올해 안에 축소된다. 이미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국 금융시장은 해외에서 들어왔던 투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일으킨 '버냉키 버블'이 꺼진 후의 후폭풍에 대한 우려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로 22일 국내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팔자'에 나선 코스피는 장 초반 한때 1,830대까지 떨어졌다가, 18.34포인트(0.98%) 내린 1,849.12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12.90포인트(2.43%) 하락한 517.64로 마쳤다.
일본(-0.44%) 중국(-0.28%) 대만(-0.23%) 등도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은 제조업 지수가 크게 개선되는 호재가 나왔는데도 주가가 다시 하락하는 등 이날 하락세는 각국의 실물경제 상태와 상관 없었다.
3일째 하락세가 계속된 것은 미국 연준 내에 '연내 출구전략을 실시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21일(현지시간) 연준이 공개한 FOMC 회의록에 따르면 지난달 30, 31일 열린 정례 회의에서 대다수 위원이 "경제 상황이 개선되면 월 850억달러 규모인 채권 매입 규모를 연내 축소할 수 있다"는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 시간표에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구체적인 시기는 제시하지 않았으나 올해 FOMC 회의가 9, 10, 12월에 열리므로 이 중 한 회의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기로 사실상 합의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9월 출구전략 시행설이 우세하나 12월이 되어서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양적완화' 정책이 종료되면 미국 등의 초저금리를 피해 그 동안 주로 신흥국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됐던 선진국 자금이 회수되기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도 당분간 약세가 이어지는 등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인도나 인도네시아 같은 경상수지 적자국처럼 심각한 충격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는 미국경제가 회복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봤다. 박중섭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신흥국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 "신흥국들의 위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 전세계 경제위기로 확산되지 않는 한 미국과 중국 경기 회복은 한국 경제에 활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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