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17조 늘어난 980조
주택 대출이 늘어나면서 가계 빚이 다시 역대 최대치로 급증했다. 정부가 4ㆍ1 부동산 대책에 이어 전월세 대책마저 대출 위주로 내놓는 등 ‘빚 권하는 주택정책’을 편 것도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가계신용(잠정)’ 자료에 따르면 2분기 말 현재 한국의 가계 빚은 총 980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분기 말 963조1,000억원에서 16조9,0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가계신용이란 가계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가계대출’과 카드·할부금융사의 외상판매인 ‘판매신용’을 합한 수치로, 가계 빚 총량에 해당한다.
가계신용은 지난해 말 963조8,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말 963조1,000억원으로 낮아지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총량이 줄었다. 그러나 단 한 분기 만에 다시금 몸집을 불리기 시작했다. 2분기 가계신용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금융기관 대출, 특히 주택대출이다. 가계대출은 이 기간 17조5,000억원 늘어난 92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기관별로 보면 이 기간 예금은행의 대출 잔액은 8조3,000억원 늘어났는데 이 중 5조6,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 증가분이었다. 이재기 한은 금융통계팀 차장은 “6월 말 취득세 감면혜택 종료에 앞서 주택대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 등 비은행의 대출잔액은 3조1,000억원 확대한 195조8,000억원이었다. 마이너스 통장 등 생계형대출(기타대출)의 증가분이 2조8,000억원으로 대부분이었다. 판매신용은 2분기 6,000억원 감소한 53조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 대신 체크카드 이용이 늘어난 데다 최근 소비심리 위축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2분기 가계신용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5%로 8분기 만에 반등했다. 가계신용 증가율은 2011년 2분기(9.6%) 이후 7분기 연속 둔화세였다. 느려지던 부채 증가속도가 다시 빨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계대출은 주택거래가 위축되는 1분기에 증가세가 둔화됐다가 가을 이사철과 함께 하반기에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게다가 정부가 조만간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 영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전세대출 역시 늘어난 만큼 가계 빚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추세라면 연말에 1,000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전망된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경기침체와 부동산시장 침체가 장기화하고 비은행 대출 비중이 늘면서 가계부채의 위험도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높아졌다”며 “가계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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