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물질을 최고의 가치로 절대시하는 맘몬 숭배의 덫에 빠져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교회 대물림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공동대표 오세택(58) 목사는 20일 자신이 담임을 맡고 있는 서울 당산동 두레교회에서 세습이 역병처럼 번지고 있는 한국 개신교 상황에 대해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는 교회의 대물림 반대와 이를 위한 각 교단의 입법 운동을 목표로 지난해 11월에 출범한 기독교 연합단체다.
오 목사는 최근 자신이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고신 경기노회 정기회에서 교회세습 방지법 제정을 제안했다. 교회헌법에 '부모가 담임 목사로 있는 교회에 그의 자녀 또는 자녀의 배우자를 연속해서 담임 목사로 파송할 수 없다'는 등의 조항을 신설하자는 것이다. 그의 제안에 따라 예장 고신은 다음달 열릴 제63회 총회에서 세습 방지법 제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올해 3월부터 6월 말까지 조사해 봤더니 세습이 확인된 교회는 61곳이고, 진행 중인 교회도 22곳이나 된다. 이 가운데 28개 교회의 담임 목사는 교단 총회장, 감리교 감독,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총회장 출신이다. 한기총 회장 출신인 길자연 목사가 속한 왕성교회, 한기총 현 회장인 홍재철 목사의 경서교회도 포함돼 있다.
오 목사는 "명성교회(담임 김삼환 목사), 임마누엘교회(김국도 목사), 연세중앙교회(윤석전 목사) 등 1만명 이상 출석하는 대형 교회에서도 아들이나 사위에게 세습을 진행하고 있다"며 "대형 교회가 세습을 강행할 경우 한국 교회는 희망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학생들 사이에 아버지가 담임 목사인 신학생은 '성골', 친척 중에 담임 목사가 있다면 '진골', 아무도 없다면 '백골'이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돈다"고 씁쓸해했다.
그는 특히 세습에 대한 교계 내외의 따가운 눈초리를 피하려고 일부 교회에서는 변칙적인 방법을 동원해 대물림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가 예로 든 변칙 세습의 방법은 친한 목사를 담임목사로 세웠다가 아들에게 물려주는 '징검다리 세습', 교회를 맞바꾸는 '교차 세습', 교회 분립을 통해 재산과 교인들을 넘겨주는 '지(枝)교회 세습', 아버지와 아들이 각각 목회하는 교회를 합치는 '합병 세습' 등이다.
아들 목사가 능력이 있다면 세습을 해도 무방하지 않느냐는 주장에 대해 오 목사는 "교회 세습은 세상의 관행과 권력, 우상에 편승한 결과이며, 이는 교회의 주인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는 꼴이 되고 세상과 구별된 교회의 정체성을 상실하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부와 권력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다 내어주면서까지 우리에게 구원과 자유를 허락했다. 한국 교회도 희생과 섬김ㆍ봉사의 자리로 내려와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 목사는 요즘 들어 교계 내에서도 목회 세습에 대한 반대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한국 교회에 희망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세습 방지법을 제정한 것에 영향을 받아 올해 들어 예장 통합ㆍ합신과 한국기독교장로회 등 다른 교단에서 세습 방지법을 헌의하는 노회도 생겨났다. 이 지난달 예장 통합 장로 수련회에 참석한 702명의 장로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7.2%가 목회 세습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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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교회 세습 반대 운동을 펴 오고 있는 오세택 목사는 "성경의 어느 한 구절도 교회 세습을 정당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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