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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연봉잔치 끝내겠다"… 또 말잔치로 끝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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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연봉잔치 끝내겠다"… 또 말잔치로 끝나나

입력
2013.08.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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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27억5,000만원, 한달 2억3,000만원, 하루 764만원…'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지난해 급여다. 하루에 버는 돈만 해도 우리나라 4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430만원) 두 달 치와 맞먹는다. 상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와 달리 금융회사의 수익은 주로 수수료와 대출 이자 등 고객들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 게다가 저금리와 저성장 여파 속에 금융사들의 실적이 반 토막 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이 높은 액수다.

금융감독원도 밖으로는 경영형편이 어렵다면서도 이처럼 고액연봉을 받고 있는 금융권의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 임원 연봉 전수조사에 나서며 칼날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여론의 질타에 이어 금융 당국까지 나서자 금융회사들이 서둘러 연봉 삭감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소나기만 피하자'는 시늉내기에 그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회장의 연봉 체계는 '고정급여+단기 성과급+장기 성과급'으로 구성된다. 단기 성과급은 경영실적에 따라 매해 지급하는 것이고, 장기 성과급은 재직 기간의 경영성과를 평가해 퇴임 후 주식에 상응하는 현금으로 3년에 걸쳐 주는 것이다.

한 신한금융 회장의 경우 지난해 고정급여와 단기성과급을 합쳐 14억3,000만원을 받았고 여기에 장기성과급 13억2,000만원이 얹어졌다. 총 3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금융지주 회장들 중 연봉이 가장 세다. 2011년 취임 당시 대비 주가가 40% 떨어졌고 당기순이익도 2011년 3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3,227억원으로 급감한 등 경영성과를 봤을 때 연봉이 과하다는 게 금융권의 일반적인 평가다.

다른 금융지주 회장들도 예외가 아니다. KB금융은 지난해 어윤대 전 회장과 임영록 전 사장(현 회장)에게 고정급여와 단기성과급으로 총24억9,000만원을 줬다. 장기성과급 18억7,000만원까지 합하면 1인당 보수가 21억8,000만원에 달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계열사 대표 7명은 총 29억원,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은 9억원을 받았다.

반 토막 난 실적은 외면한 채 최고경영자의 '연봉 잔치'가 계속되자 금감원도 6월말부터 임원 연봉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이 비난이 쏟아지는 성과급 대신 잘 티가 나지 않는 기본급을 과다하게 올리는 꼼수를 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부 압박에 떠밀려 최근 금융지주가 CEO의 고액 연봉을 손질하겠다고 나섰지만 아직 설득력 있는 방안을 내놓은 곳은 없다. 신한금융은 최근 한 회장과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경영진 연봉을 삭감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내용은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이사회 결정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연봉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금융은 김 회장이 올해 급여의 30%를, 최흥식 사장과 김종준 하나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이 각각 20%를 반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자진 반납 형식이라 언제든 본래 연봉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우리금융은 연봉은 그대로 둔 채 임원의 업무추진비만 20% 삭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위기 극복차원에서 금융회사 임원들이 연봉을 자진 반납했는데 몇 년 후 모두 원상 복귀됐다. 지금의 행태도 여론을 의식한 보여주기 식이 크다"며 "매년 장ㆍ단기 성과급이 사람마다 어떤 기준에 따라 얼마씩 책정돼 있는지 투명하게 공개한 뒤 연봉을 합리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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