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ㆍ통신분야 업무영역을 놓고 잦은 충돌을 빚었던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장관과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모처럼 손을 잡았다. 앞으로 원활한 업무협조를 약속했는데, 애초 정부조직개편 때부터 업무경계가 모호해 두 부처간 갈등은 언제든 재연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과 이경재 방통위원장은 21일 과천 정부청사에서 정책협력 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공동 연구반을 구성해 정책대안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최 장관은 "미래부와 방통위가 방송통신 분야에서 협력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룩해 창조경제를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양 기관 수장이 간담회를 갖고 연구반까지 구성하게 된 것은 최근 몇 가지 현안을 놓고 직접 충돌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지난 6월 케이블TV와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들을 중심으로 현재 초고화질(풀HD) 방송보다 4배 이상 화질이 좋은 울트라초고화질(UHD) 방송 지원책을 발표했다. 그러자 이 위원장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는 밤에 비단 옷을 입고 다녀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뜻의 '금의야행'(錦衣夜行)을 거론하고 "미래부는 방통위와 사전에 상의했어야 한다. UHD TV는 시기상조"라며 미래부 독주를 불편해 했다. 이에 대해 최 장관은 이달 초 "(새로운 사업은) 정부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서비스 확산을 시장에 맡기는 것"이라며 되받아 쳤다.
주파수에서도 양 부처는 대립 중이다.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면서 비어 있는 700㎒ 주파수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서도 양 부처는 의견이 엇갈린다. 방통위 관할인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를 UHD TV 방송용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고, 미래부쪽 통신업체들은 통신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양 부처는 각기 '제식구'쪽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서 양 부처는 다음달 중 ▦700㎒ 활용방안 연구반을 구성하고 ▦UHD 방송발전 연구반도 조속히 출범시켜 공동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회동을 통해 양 부처의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연구반 내에서도 마찰과 의견차는 계속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올해 초 정부조직개편 당시 방송과 통신, 주파수 분야에서 양 부처의 업무경계가 워낙 모호하게 설정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UHD TV에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도 따지고 보면 케이블TV 등을 관할하는 미래부 지원책에서 방통위 산하의 지상파 TV방송사들이 배제된 데 따른 불만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방송과 통신의 융합, 방송 내에서도 지상파와 케이블의 갈등요소가 많은 만큼 두 부처가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선다면 대립과 충돌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강희경기자 kst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