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원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된 라정찬(50) 알앤앨바이오 회장이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국세청 직원 등에게 억대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 서영민)는 라 회장에 대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8,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경기 파주세무서 조사과장 윤모(47)씨를 최근 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윤씨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알앤앨바이오의 회계와 세무 자문을 하는 S회계법인의 실제 운영자 신모(50)씨와 전직 세무공무원 김모(51)씨를 구속기소하고 S회계법인 대표 반모(42)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윤씨는 라 회장이 비서 명의로 보유한 53억원 상당의 서울 대치동 사무실 매입 자금 출처에 관한 세무조사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2010년 7, 8월 신씨 등 3명에게 세 차례에 걸쳐 모두 8,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윤씨는 서울 중부지방국세청 조사2국에서 조사반장(6급)으로 근무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라 회장은 앞서 윤씨로부터 세무조사 계획을 통보받자 사무실의 실소유주가 자신으로 밝혀질 경우 거액의 증여세가 부과될 것을 우려해 신씨에게 로비를 부탁했다. 이어 신씨 등은 윤씨에게서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1억원을 달라"는 요구를 받고, 라 회장에게 9,750만원을 받아 이중 8,000만원을 윤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신씨는 지난해 5월 알앤엘바이오가 서울세관으로부터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하자 "서울세관에 친한 국장이 있는데 힘을 써주겠다"며 라 회장에게서 네 차례에 걸쳐 1억1,000만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추가 기소됐다.
라 회장은 줄기세포 치료제 연구ㆍ개발 업체인 알앤엘바이오를 운영하며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473만여주를 팔아 50억여원을 현금화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말 구속기소됐다. 라 회장은 처조카 A(37)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김종률(51) 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은 고교 후배인 라 회장이 회계조사 무마 청탁 목적으로 금융감독원 간부에게 전달하려고 했던 5억원을 중간에서 가로챈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가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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