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당초 23일로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 실무회담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회담 장소로 남측이 판문점, 북측이 금강산을 제시한 이후 21일까지 상호간에 의미 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을 금강산 관광과 연계해 패키지로 함께 다루려는데 반해 우리측은 두 사안을 분리해 시급한 이산가족 상봉을 우선적으로 성사시켜야 한다는 방침이어서 접근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금강산 관광 회담 시기도 북한은 22일, 우리측은 내달 25일로 차이가 커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둘러싼 남북간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북한은 이날 판문점 연락채널의 근무시간(오후 4시)을 연장하자고 우리측에 요청했지만 이산가족이나 금강산 문제에 대해서는 반응이 없었다. 오후 4시 20분쯤 개성공단 공동위원회 구성에 대한 수정안과 23일 공단 입주업체 관계자들의 방북을 허가한다는 내용의 전화통지문을 보낸 게 전부였다. 자신들이 제시한 금강산 관광 회담일정(22일)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막판 추가 제안 내용을 놓고 고심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금강산이든 이산가족이든 21일까지는 무언가 답을 내놓아야 할 텐데 의외"라며 "이산가족 회담 일정(23일)에 앞서 22일 하루가 더 남아있어 회담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북측과 장소 문제를 합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문제를 '분리'해 추진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先) 이산가족 상봉, 후(後)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이 두 사안이 '선후' 개념으로 비치는 것에 대해서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두 사안을 순차적으로 다루는 것은 북측이 주장하는 '동시' 추진방안과 간격이 크기 때문이다. 주요 현안인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지 않을 경우 남북간 대화의 흐름이 순식간에 헝클어질 수 있어 북측을 불필요하게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상봉은 시급하고, 금강산 관광 문제를 해결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금강산 관광이 뒤로 가는 모양이지만 이산가족 상봉이 안되면 금강산 관광도 안 된다는 개념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당장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남북 모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그런 점에서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이 조만간 열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지난 14일 개성공단 정상화 합의한 만큼 이제 남북 어느 쪽도 먼저 판을 깨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이라며 "양측의 신경전이 길어지더라도 대화 흐름에는 큰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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