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 앞은 200여개의 개성 있는 작은 가게들이 모여 '한국의 소호(뉴욕의 패션거리)'라 불린다. 최근엔 SPA(제조·유통일괄형의류)브랜드에 이어 대기업 패션업체까지 속속 입점, 서울 최고의 패션가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대형브랜드의 유입으로 개성 있는 디자이너 매장들이 뒤로 밀려나거나 아예 사라져버린 신사동 가로수길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패션은 오는 29일 상상마당과 SPA브랜드 '탑텐', '수노래방'이 위치한 자리에 264㎡규모의 디자이너편집매장 '어라운드더코너'를 개점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트리트패션(길거리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홍대 상권을 고려해 가격대를 다양화하고, 매장 내에 소프트아이스크림, 커피숍 등을 입점시켰다.
앞서 제일모직은 지난 6월 홍대 정문 앞에 1층부터 지상5층까지 690㎡규모로 캐주얼 브랜드 '바이크리페어샵'의 대형매장 1호점을 열었다. 건물 외관은 집 모양의 브랜드 로고를 형성화해 홍보효과를 극대화했고, 홍대 문화 특색에 맞춰 갤러리와 공연 등의 마케팅도 차별화했다.
3월에는 H&M이 홍대입구역에 1,700㎡규모의 12호점을 여는 등 홍대 놀이터부터 홍대입구역에는 2009년 유니클로를 시작으로 2011년 자라, 갭, 유니클로 2호점, 국내 편집매장 에이랜드, FnC 코오롱의 커스텀멜로우 등 젊은 고객층을 겨냥한 패션 브랜드들이 잇따라 문을 열며 패션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 및 대형SPA 브랜드들이 홍대입구로 몰려드는 것은 홍대 상권이 서울 최대의 패션 거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 특히 소비를 하는 젊은이들이 몰리는 곳이다 보니 매출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로드숍 매장의 대형화는 최근 패션업체들의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과도 연관이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시내 중심지에 팔릴 것 같은 제품만 갖다 놓는 소형 매장을 운영했다면 이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가면서 많은 수의 제품을 비치하고 브랜드의 정책성을 보여주기 위해 매장을 대형화하며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 가로수길을 공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홍대 상권이 대기업과 SPA브랜드들의 격전장이 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시선도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쇠락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경우, 처음엔 젊은 디자이너들의 개성 강한 작은 점포로 시작됐지만 이후 대형 패션브랜드와 화장품, 음식점까지 몰려들면서 권리금과 임대료가 치솟았고 결국 이를 감당하지 못한 디자이너 매장은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거나 문을 닫고 말았다. 그 결과 신사동 가로수길은 애초의 개성을 잃어버린 채 흔한 패션번화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홍대 앞 역시 지금처럼 대형브랜드 위주로 재편된다면 결국 특색 있는 상점들이 밀려나며 특유의 트렌디한 개성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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