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3차 청문회가 열린 국회 제3회의장. 새누리당 소속 위원은 전원 불참하고 야당 위원들만 자리를 차지한 채 '반쪽 청문회'가 시작됐다. 증인도 없이 진행된 청문회에서 야당 위원들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사전 입수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 대사의 추가 증인 채택만 요구하다 산회하고 말았다.
이로써 23일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의 여야 합의 채택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1961년 중앙정보부 창설 이후 52년 만에 국가정보기관을 상대로 한 사상 첫 국정조사라는 거창한 시작과 달리 '용두사미'로 마무리된 셈이다.
당초 국정원 국정조사에 임하는 여야의 태도를 돌이켜 보면 국정조사의 결말은 충분히 예상한 바다. 야당은 국정조사를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단 정도로 여겼고 여당은 국정원 의혹이 국정운영으로 불똥이 튀지 않도록 '방탄국조'에 나설 태세였다.
이로 인해 이번 국정조사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사상 초유의 증인 선서 거부에 여야 간 막말 공방으로 국정조사는 진작에 궤도를 이탈했고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의 지역주의 조장발언으로 국민적 혐오감까지 불러일으켰다.
이쯤에서 국정조사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국정조사 무용론이 아예 국정조사 제도를 폐지하자는 극단론이 아니라면 국정조사의 형식과 틀을 환골탈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따져 볼 때다.
당장 충분한 증인 심문을 위한 국정조사 기간 연장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실제 이번 국정조사에서도 증인 심문시간이 5분밖에 주어지지 않아 상당수 특위 위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또 국정조사 특위에 수사기관에 버금가는 조사권을 부여하거나 미국처럼 예비조사 절차를 구체화하고 조사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등 국정조사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부에서는 95년 이후 특위에서 진행돼 온 국정조사를 상임위에서 실시할 경우 활동 기간에 대한 구애 받지 않고 상시적으로 청문회를 열도록 하자는 제안도 한다. 미국은 국정조사를 명문화하지 않고 상임위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일본 중의원도 회기 중에는 상임위가 국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물론 제도 개선에 앞서 국정조사를 운영하는 정치권의 태도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애초 여야가 합의한 이번 국정조사의 활동목적에는 "국정원 직원 등의 2012년 대선 개입 의혹, 축소수사 의혹 및 폭로 과정의 의혹 등 제반 사항들에 대하여 그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여"라고 적시돼 있다. 여야는 얼마나 이 목적에 부합되게 국정조사에 임했는지 반추해보기 바란다.
김회경 정치부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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