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정부군이 21일 반군을 상대로 독성가스 등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반군 측이 주장하면서 화학 무기 사용 여부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2011년 3월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후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의혹은 수 차례 제기됐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는 지난해 7월 화학무기 보유 사실을 인정했을 뿐 반군 등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그 동안 전면 부인해왔다. 시리아 정부는 오히려 반군이 3월 북부 알레포 외곽의 칸 아살 지역에서 화학물질이 든 로켓 공격을 감행해 최소 25명이 사망했다며 반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시리아의 화학무기가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해 8월 미국이 이를 레드라인(넘어서는 안 되는 선)으로 규정하면서다. 미국은 프랑스, 영국 등과 달리 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면서 그 동안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었다. 이라크 전쟁 종료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치적으로 내세운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또다시 해외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드라인을 설정한 것은 시리아 사태가 점점 악화하고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입장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
화학무기 사용이 기정사실화한 뒤로는 정부군과 반군이 서로 상대방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며 공방을 했다. 이로 인해 화학무기 사용 여부에 대한 조사의 필요성이 커지자 반군은 유엔을, 정부군은 러시아를 각각 조사 주체로 지목했다. 결국 시리아 정부는 6월 칸 아살 지역에 한정해 조사한다면 유엔 화학무기조사단의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칸 아살 지역은 터키와 접경한 북부 요충지로 정부군의 마지막 보루였으나 치열한 전투 끝에 7월 반군의 수중에 넘어갔다. 그간 정부군과 반군은 이 지역에서 서로 상대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해왔다.
유엔 조사단은 19일 시리아에 입국해 현재 관련 사실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가 유의미한 결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유엔은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한 흔적이 있는 다마스쿠스와 홈스 등도 조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정부군은 이를 거부한 상태다. 시리아 정부는 이번 구타 화학무기 공격에 대해서도 "유엔 조사단의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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