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산수화라는 우리 고유의 화풍을 개척한 겸재 정선(1676~1759)은 65세부터 70세까지 양천 현감을 지냈다. 양천은 지금의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로 이 시절 겸재는 '종해청조(宗海廳潮)' '양천팔경첩(陽川八景帖)' 등 이 곳의 자연풍광을 그림으로 남겼다. 겸재 정선기념관이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이유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 겸재 정선의 그림을 재현한 생태공원이 조성된다. 서울시는 21일 마곡ㆍ가양동 일원에 5,000여종의 식물을 갖춘 도시형 식물원인 '서울 화목원(가칭)'을 2016년 12월 준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영국의 위슬리가든, 뉴욕의 뉴욕식물원 등 세계적인 식물원은 도시에 있지만 우리나라 식물원은 도시에서 떨어져 연구와 전시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이곳을 새로운 유형의 녹색 심장으로 조성해 아시아 최고의 보타닉 파크(Botanic-Parkㆍ종합식물원)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화목원 전체 면적은 50만 3,431㎡로 여의도 공원(23만㎡)의 2배 가량이다. 겸재 정선의 '종해청조'에 나타난 옛 양천 지역을 재현한다는 관점에서 인공 시설을 최소화하고, 자연적 요소를 강조한 게 특징이다.
올 4월부터 마곡추진 사업을 기획 총괄한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마곡지구는 넓은 평야와 궁산, 개화산이 어울리는 독특한 풍경을 지닌 곳으로 조선의 농경문화를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다"며 "가능하면 정선이 그린 마곡의 풍경을 생태공원을 통해 재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목원에 들어서는 식물원은 6만㎡ 크기로 5,000종의 식물을 보유한 식물문화센터가 핵심이다. 이곳에는 전시온실, 식물도서관, 시민들의 정원가꾸기 교육을 담당하는 가드닝센터 등이 세워진다. 시는 2028년까지 전시 식물 종류를 1만 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식물원 외에도 지하철역 9호선 마곡나루역, 인천공항철도, LG문화센터와 연결되는 열린숲마당과 호수공원, 생태천이원(궁산, 방화근린공원, 개화산, 강서생태습지공원, 수명산, 우장산 등 주변 공원 녹지를 연결해 생태계가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 등이 조성되며 물재생센터를 세워 재생수와 빗물을 공원 호숫물로 활용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9월 중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기본계획안을 확정하고, 1년 동안 시민의 의견을 모은 후 세부 설계안을 확정한다.
마곡지구 서울화목원은 당초 오세훈 전임 시장 재임시절인 2008년 6월 수변레저 복합시설을 설치하는 3,400억 원 규모의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으로 추진됐지만 경제적 타당성과 한강수질오염 논란 등으로 2011년 5월 마곡 중앙공원 조성 사업으로 변경됐다. 시공사는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로 동일하며, 변경된 사업 예산은 1,530억원이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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