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출범 6개월 만에 대북정책의 축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핵심 개념과 관련 정책의 뼈대를 정리해 발표했다. 튼튼한 안보를 바탕으로 남북 간 신뢰를 형성해 남북관계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 통일기반 구축을 이루겠다는 것이 골자로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확인하는 내용이다. 어제 소책자 발간을 맞은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남북관계는 불신이 매우 깊은 상태"라며 "역설적으로 신뢰에 입각한 새로운 질서를 형성해 갈 수 있는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런 판단이 얼마나 적절한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과거 정책과 뚜렷이 구분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북한에 그 이점을 어떻게 납득시킬 수 있을지 또한 마찬가지다. 다만 이날 소책자 문답풀이나 류 장관의 설명에서 보듯, 과거 정책과의 최소한의 차별성과 진솔성은 드러났다. 역대 정부의 대북 정책 장점을 수용해 대북 강경론과 유화론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는 균형을 취하되, 정태(靜態)적 균형 대신 동태(動態)적 균형을 잡겠다는 것이 과거와의 다른 점이라고 통일부는 밝혔다. 역대 정부가 강경론과 유화론 사이의 한 곳에 얽매였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화다. 더욱이 모든 구상이 북한 정권을 기정사실화하는 데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긍정적 측면에 눈길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실천방안으로 눈에 띄는 것은 '비전 코리아 프로젝트'다. 비핵화 이전에라도 낮은 수준의 교류협력과 인도적 지원 등을 통해 신뢰를 쌓은 뒤에 비핵화 진전에 맞추어 추진할 대규모 경협사업의 핵심으로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및 북한 경제의 국제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비핵화와의 고정적 연계에서 벗어난, 동태적 균형의 대표적 예로 여길 만하다.
보수 정권의 이런 자신감은 아마도 개성공단 문제 해결 과정에서 원칙과 융통성의 유용함을 실증한 결과로 비친다. 북한의 특수성을 희석해가려면 외면하거나 조바심을 낼 게 아니라 인도적 기준에 따른 의무를 묵묵히 이행하며 북측과 환경의 변화를 기다리는 외에는 달리 길이 없음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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