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ttle 시의 공무원들은 앞으로 citizen이나 brown bag같은 용어를 사용하기 힘들 듯하다. 시 당국에서 이런 표현이 문제의 소지가 많아 예방 차원에서 주의를 준다고 한다. 흑인 사회에서 ‘누런 봉투’가 자기네들의 피부를 연상시키며 부정적인 이미지를 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특히 매력도 외모도 훌륭하지 못한 흑인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묘사할 때 brown bag이라고 쓰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도시락(packed lunch)을 지참할 때 이용하는 누런 봉투가 이제는 엉뚱한 이유로 금지어가 되는 상황이다.
도시락의 대체어로 ‘sack lunch’ ‘bag lunch’ 나 ’packed lunch’ ‘lunch box’ 혹은 ‘lunch-and-learn’을 권장한다고 한다. ‘도시락 드실 거예요?’라는 질문을 ‘Are you lunch-and-learn it?’으로 말한다면 웃음부터 나오지 않을까. 이젠 직장인이나 학생들의 일상적인 표현인 ‘I want to brown-bag it’(오늘은 도시락 싸 가지고 갈 겁니다)이나 ‘Let’s talk more about it at the brown-bag’(회사 간담회에서 논의하자) 같은 것도 신경 써서 말해야 할지 모른다.
Seattle시가 citizen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은 이유도 흥미롭다. ‘주민’의 범주에는 방문자(visitors)도 있고 유학생처럼 합법적인 거주민(legal resident)도 있는데, citizen은 시민권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의 배타적 용어라는 얘기다. 주민(residents)도 세금을 내는 합법적인 거주민인데 ‘시민권자’(citizen)만 걸러내서 지칭하는 것은 차별적이라고 지적한다.
과거 주한터키대사관이 한국의 퇴폐업소 중 ‘터키탕’이라는 이름에 이의를 제기한 적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호칭도 명칭도 바뀌어 왔다. 성차별을 금지하자면서 대학교 1학년생을 freshman대신 ‘first-year’라 부르고, 필기체를 penmanship 대신 ‘handwriting’으로 쓰자는 식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며 극단으로 간다’(Critics say it’s political correctness gone mad)며 지나친 일이라고 비판한다. 기분 나쁜 말은 사용하지 말라는 주장은 이념과 편가르기로 언어를 지목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 주장의 옳고 그름은 언어 사용자가 시간을 두고 판단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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