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일반고에 다니는 성적 우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ㆍ수학 심화수업을 하는 거점학교를 2학기부터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 시내 11개 지역교육청별로 한 곳씩 거점학교를 지정해 우수 학생들이 토요일 오전이나 방학기간 이 학교로 등교해 특별 수업을 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일반고 재학생 가운데 공부 잘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우등학교를 만들겠다는 발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문 교육감의 구상은 공교육 파행, 학교ㆍ학생간 위화감 조성, 졸속 시행으로 인한 부작용 등 우려되는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거점학교 재학생 선발은 일반고 교장이 2, 3학년 학생 중 2~3명씩 추천토록 한다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계획이다. 또한 거점학교에서 이수한 과정은 학생부에 기재해 대입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거점학교 학생 선발 과정이 치열해져 공정성 시비가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거점학교에 대한 특혜 논란과 함께 선정 여부를 둘러싼 일반고간 서열화와 학생간 위화감 조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일반고를 육성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이 오히려 다수의 일반고를 죽이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우등생 거점학교 방안은 현재 교육당국이 추진 중인 정책 방향과도 동떨어져 있다. 교육부는 앞서 무너진 공교육을 살리겠다며 자사고 신입생을 성적에 관계없이 추첨으로만 뽑도록 했다. 영훈ㆍ대원 등 서울지역 국제중학교도 2015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추첨으로만 뽑도록 제도를 바꾸었다. 성적 위주의 선발방식과 대입준비반 형태의 학교 운영방식에 제동을 걸자는 취지였다.
그런 교육 당국이 또다른 형태의 성적 우수학교를 만들고 대입 준비를 시킨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이 추구하는 정책방향이 달라 생긴 현상이라면 더 큰 문제다. 거점학교 시행이 코앞에 닥쳤는데 거점학교에서 강의할 교사나 전문강사 수급 등 준비는 제대로 갖췄는지도 의문이다. 섣불리 시행했다 혼란만 부를 가능성이 큰 정책이라면 애당초 실시하지 않는 게 낫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