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기몰이 중인 '설국열차'에 출연한 영국 배우 틸다 스윈턴의 인터뷰를 며칠 전에 우연히 보게 되었다. 틸다 스윈턴에게 인터뷰어가 이렇게 물었다. "여배우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는데, 성공이라는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그러자 틸다 스윈턴은 매우 오랫동안 생각해온 주제인 듯, 편한 표정으로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성공요? 그것은 내가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을 더 이상 속일 필요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자신과 다른 사람을 속일 필요가 없는 상태를 성공이라고 말하다니 이거 좀 멋진 걸'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 말의 의미가 빛의 속도로 이해되는 것이었다. 아마도 틸다 스윈턴은 이렇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성공해야 하는 욕망 때문에 끊임없이 자기를 속이려 드는 사람들이라고. 자기가 누구인지 사람들이 모를까 봐, 혹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할까 봐 자신을 연출하고 심지어는 기만하기도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틸다 스윈턴처럼 이미 성공한 사람이라면 더 이상 자신을 속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미 그는 그 자신이 원했던 그 무엇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세속적인 기준과는 무관한 것일지라도 말이다. 틸다 스윈턴의 인터뷰는 성공의 척도는 결국 자기 만족, 자기 행복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넌지시 일깨워주는 것이다.
소설가 김도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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